위로가기 버튼

열심을 다하라

등록일 2013-09-27 02:01 게재일 2013-09-27 18면
스크랩버튼
▲ 이원락 경주청하요양병원장·수필가

뱀띠인 올해도 벌써 음력으로 추석기간이 지나갔다. 뭣이든 이뤄야 한다고 작정했던 것도 점차 윤곽이 희미해진다. 남은 몇 달간이라도 최선으로 노력하면서 훤히 뜬 달에 나의 기원을 띄워보자.

서아시아 지방의 이스라엘도 오순절 등의 절기를 달의 크기를 기준으로 한 음력에 맞췄다. 그래서 그 날들이 현재의 달력에서는 매년 다른 일자에 정해진다. 수천년을 이어온 민족의 음력절기인 추석은 지금도 우리 문화에 엄존하고 있다.

올해는 뱀의 해다. 뱀은 혀를 날름거리면서 소리 없이 접근하며 독이 있기 때문에 징그럽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구렁이는 집을 지키는 존재로 또 뱀은 매년 허물을 벗기 때문에 변화와 재생을 의미해 왔다. 또 뱀은 다산이나 재물의 풍부함을 대표하는 동물로 여겼다. 성경에서는 `뱀처럼 지혜로워라`고 했다.

이제 어느 정도 살아보니까 삶이란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배와 같다는 생각을 나는 문득문득 하게 된다. 바다 저 건너편에 도달해야 하는데 갈 길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피곤해도 멈출 수가 없다. 앞으로 항해에서 괴로울 때에는 신이든 뭣이든, 보이지 않는 것에라도 매달리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경험상으로 볼 때 노력해도 일은 잘 풀리지 않을 것 같다. 나에게 유리한 조건들은 한 밤중에 깊이 잠들었을 때 소리 없이 나를 비껴 지나간다. 정신 차리고 눈을 부비면서 행운을 기다리지만 하필 조름이 퍼부을 때에 지나가 버리는 것일까.

로또에 당첨되려면 먼저 복권을 사야 하듯이 행운도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맥도날드의 창업자 레이 크록은 이렇게 말했다. “땀 한 방울을 흘릴 때마다 더 많은 행운이 찾아온다”

금년 한 해도 좋지 않는 뉴스가 넘쳐났고 넘쳐날 것이다. 온갖 인간의 갈등과 국제 분쟁이 신문지상을 꽉 메울 것이다.

성실하게 항해하면서도 인생의 한 복판에서 재산을 날린다든지, 가족을 떠나보내야 하는 일도 생길 것이다. 이유도 모르게 고난과 풍랑을 만나기도 할 것이다. 때로는 억울하게 당하기도 하고, 설명할 수 없는 역경을 수없이 많이 맞이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것이 모여서 인생이 된다.

고난이나 불행을 잘 이겨낸 자가 10명중 8~9명이라면 이상하게도 성공과 번영을 잘 이겨낸 사람은 1~2명뿐이라고 한다. 성공과 번영은 이겨나가기가 고난보다도 어렵단다. 자기만족과 기뻐서 교만한 마음을 가라앉히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란다. 인기 있을 때, 건강할 때, 부유할 때, 우리는 오히려 자숙하면서 홀로 조용히 스스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척추 병, 폐질환, 직장암을 앓았던 `빙점`의 저자 미우라 아야코는 `삶에서 병들고 불행해져야 인생을 겨우 알 수 있다`는 것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병들지 않고는 드릴 수 없는 기도가 따로 있고, 병들지 않고는 들을 수 없는 말씀이 따로 있고, 병들지 않고는 볼 수 없는 얼굴이 있습니다. 병들지 않고는 감사할 수 없는 감사가 따로 있고, 오! 병들지 않고는 나는 인간이 될 수조차도 없습니다”

질퍽한 인생길을 질병과 장애를 겪으면서 살아 온 사람의 비장함과 극복의 아픔을 일목요연하게 표현했다. 그 녀는 정상인보다 더 긍정의 노래를 부르면서 삶의 항해를 했었다.

금년에 당신은 어디로 누구와 함께 항해를 떠나고 있는가? 앞으로의 항해를 위해 지난날의 기록을 성찰해 보았는가? 순풍, 역풍, 맛바람, 폭풍, 해일 등의 여러 가지 바람에 대비하는 자세를 가졌는가? 2013년은 이미 3/4이 지나간다. 부디 항해를 하는 중에는 열심을 다하라.

마음산책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