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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도 저편

등록일 2013-09-27 02:01 게재일 2013-09-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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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상 만
중절모를 쓰고

바다를 넘어온 달이 솔가지 끝에 매달려 있다

간월도 저편

달은 벌써 아편 먹은 몽유병자

밀물과 썰물을 헛디디며

나도 조금만 지체하면 섬이 되었겠다

개심사쯤 가서 마음 비울까 했는데

자꾸만 뻘밭으로 몸이 돌아간다

물은 빠지고 서천을 덮던

달그림자가 도요새를 물고 갔다

캄캄한 뻘밭에 바람은 눕고

굴 여무는 소리, 진주알 몸 굴리는 소리

귀가 가렵다

간월도 저편

뻘밭에 차올랐던 물은 빠지고 서천을 덮던 달그림자가 도요새를 물고 간 간월도 바다의 고요한 평화경으로 우리를 끌어가는 시인은 거기에서 우리의 마음의 귀를 열라고 충동질하고 있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캄캄한 뻘밭에 바람이 눕고 굴 여무는 소리, 진주알 몸 굴리는 소리를 들어보라 한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달이 굴러가는 소리와 간월도 저편의 소리들에 우리의 귀를 대고 우리의 마음을 기울여 보라는 것이리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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