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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시조로 읽는 설악

등록일 2013-09-26 02:01 게재일 2013-09-2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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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수 현
한 줄금 소낙비 쏟아진 뒤 십이선녀탕 계곡에 들었다 바위를 휘도는 물살은 한 장삼자락 뿌리며 너울너울, 쨍한 햇살 한 순배 돌자 나무들은 젖은 몸 말리느라 가지를 홰친홰친, 잎새 끝에 매달린 물방울은 똘랑똘랑, 환삼 덤불에 숨어들었던 산새들은 포록 포로록, 졸음에 겨운 물푸레나무 가는 코 골며 쐐르릉 쐐릉, 어느 새 그늘 한 치 늘인 까치박달나무 기재개켜며 아우훔, 썩은 굴참나무 둥치께를 넘는 칡넝쿨은 옴죽옴죽, 이낀 낀 바위 틈새로 두꺼비는 앙금앙금, 비에 씻긴 부들 위 다시 알 스는 실잠자리 꽁지는 조촘조촘, 숲 속 소리바다에서 무료로 다운받은 물소리 바람소리 왼갖 벌레소리에 멀미난 물봉선화, 마타리는 손사래 살래살래, 한결 짙어진 바람결에 부전나비, 외눈이사촌나비는 진진초록 여름을 펼쳤다 접으며 흠흠, 흠흠흠

아름답고 생명력이 넘치는 푸르른 설악의 풍광을 그린 싱싱한 느낌의 시이다. 소낙비 지난 뒤에 쏟아지는 폭포수, 환삼 덤불에 숨어든 산새들, 물푸레나무, 까치박달나무, 굴참나무, 칡넝쿨, 두꺼비, 실잠자리, 물소리 바람소리 온갖 벌레소리, 물봉선화, 마타리 , 부전나비, 외눈이사촌나비…. 진진초록의 여름 산을 이루는 아름답게 빛나는 생명체다. 눈도 마음도 따라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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