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현
쨍그랑 소리가 들렸다
조각나 뒹구는
이마와 한쪽 눈
또 한 눈과 코
입술과 턱
이 악문 미소가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뇌수가 바닥에 흥건하다
잠시 후
덩굴손처럼 바닥을 기며
부서진 조각들을 모으는
바쁜 몸뚱이
완벽하게 복원된 내가
문 앞에 서 있다
현대인들은 이 시에서처럼 하루에도 수 없이 자기의 얼굴을 깨뜨리는지 모른다. 자신의 참모습을 가린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우리는 여러 모습으로 변신한다. 그리곤 다시 자신의 모습으로 환원 복원되는 것이다. 진정한 실존적 가치를 지켜가지 못하는 우리의 처신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큰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