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가까이 있는 국립경주박물관을 찾는다. 조상들이 만든 섬세한 물건을 볼 때마다 그 놀라운 솜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나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 방문객 역시 놀라움과 신기함으로 전시 작품을 뚫어지도록 쳐다보는 것도 그곳에서 쉽게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사람마다 관심 분야가 다르듯 박물관에 전시된 물건을 감상하는 시선도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성덕대왕 신종 앞에서 발길을 떼지 못하고, 또 누군가는 안압지 출토 유물관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다.
전시된 모든 물건들이 백두산이나 독도처럼 우리 민족의 소중한 자산임에 틀림없다. 그 중에서도 난 금관총에서 발견된 `금제대관` 앞에서 오래 머무르게 된다. 금관을 비롯하여 금띠, 금반지, 금팔찌, 금목걸이의 모습이 얼마나 정교하고 화려한가. 그리스 아테네 고고학 박물관에서 만난 `아가멤논의 황금` 가면이라든지, `황금 컵` 그 이상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은 10월29일부터 내년 2월23일까지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열리는 `황금의 나라, 신라`특별전에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반가사유상을 전시하기로 했다고 번복 발표했다.
반가사유상과 함께 반출을 불허했던 경주국립박물관의 국보 제91호 기마 인물형 토기와 국보 제195호 토우장식 장경호의 전시는 허가하지 않았다. 기마 인물형 토기와 토우장식 장경호는 파손 우려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물관에 들러 그런 귀한 문화재를 볼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우리나라 가정에도 국보급 물건을 보관하고 있는 집이 있을 것이다. 그 중에는 옛 물건이라고 천대하며 토광이나 다락방 한 구석에 처박아 놓은 것도 있을 것이다.
며칠 전 고흐가 1888년 7월5일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 언급했던`해질녘 몸마주르에서`란 대작이 진품으로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노르웨이의 소장가는 20여년 전 한 차례 감정을 의뢰했지만 진품으로 인정받지 못했단다. 그것을 다락방에 처박아 두다 재차 감정을 의뢰했고 발전한 과학 기기의 판정으로 이번에 진품임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우리 가정에 숨어 있는 옛 물건 또한 그것처럼 국보급으로 인정받지 말란 법이 어디 있을까. 특히 전통 문화의 흔적이 많은 경주와 안동은 낡아 빛나는 유물이 어느 도시보다 발견될 가능성이 많은 도시다.
그런 도시 한 곳에서`길거리 골동품 축제`를 개최하는 것은 어떨까.
박물관 수장고에 있는 작품 몇 점도 길거리로 내 보내 햇빛을 쬐게 하고, 집안 한 구석에 박혀 있는 옛 물건도 들고 와서 감정도 받을 수 있게 하는 `길거리 골동품 축제`는 분명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것이다. 일부러 그런 축제를 펼치기 힘들다면 기존의 축제 일정에 이와 같은 프로를 넣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길거리 골동품 축제`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게 될 뿐만 아니라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옛 물건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게 할 것이다.
가을이다.
다가오는 주말 국립경주박물관을 다시 찾아야겠다. 그곳에서 만나게 되는 금관총 출토 유물도 보고, 국보 195호 토우장식 장경호 앞에 한참 서성여야겠다. 그릇 둘레의 새, 오리, 토끼, 물고기, 개구리, 뱀 그리고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에로틱한 토우를 보며 그릇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선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겠다.
그와 비슷한 느낌을 어느 후일 경주든, 안동이든 `길거리 골동품 축제`장에서 새롭게 발견하는 기쁨까지 갖게 된다면 얼마나 좋으랴. 세월의 흐름으로 그냥 없어지는 것을 재발견하고 보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일, 그것은 분명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