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창밖이 밝아오고 있다. 아직 도심의 불빛이 빛나고 자동차 소음이 간간이 이어질뿐 사방은 조용하다. 창밖의 미루나무 닮은 자작나무가 크게 자라서 무성한 잎들이 3층 건물 전면을 뒤덮고 있다. 이곳에 오면 보통은 새소리에 잠이 깨고는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새소리가 들리지 않아 아쉽다. 새들이 다른 곳으로 집단 이주를 했다는 말인가? 기후며 주변여건이 새들에게 맞지 않게 되었다는 말인가?
자이승전망대 인근의 산들도 너무 많이 바뀌었다. 필자가 울란바타르에 처음 왔었던 2006년쯤을 기억해 보고 있다. 그 당시 이곳은 아름다운 자연이었다. 하지만 거대한 고층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전혀 다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더구나 이번에는 자이승전망대 계단 중턱쯤에 거대한 식당 및 휴게소 건물이 지어져 전망을 가로 막는다. 계단 중턱쯤에서도 아름다운 톨강과 울란바타르 시가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아래쪽에서도 꽤 넓은 지역에서 자이승전망대의 모습이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이제 이곳에서는 동식물 생태계도 크게 위협을 받고 있을 것이다. 여우며 너구리도 찾아오지 않을 것이며 수많은 식물군들도 사라지고 있을 것이다.
몽골의 대표적인 불교사원인 간단사원으로 갔다. 간단은 Gandantegchinlen이라는 티벳말로서 `극락으로 가는 길` 이라는 뜻이다. 아침이라 사람들은 많지 않지만 큰 마당 가득히 비둘기들이 먹이를 쪼고 있다. 후루루 날아오르면 그 깃털과 먼지가 대단한데, 사람들은 이 가운데 먹이를 주며 행복을 빌고 있었다. 1년 동안에 변한 것은 크게 없어 보인다. 전통적인 사찰 옆 대지에 커다란 규모의 사찰 비슷한 형태의 콘크리트 건물이 높이 솟아 거의 완공단계에 와 있다는 것 이외에는.
전통적인 건물에 콘크리트 건물, 아무리 형태가 비슷하다고 하더라도 잘 어울려 보이지는 않는다. 전통적인 사원 건물들은 비둘기 배설물로 덮여 있지만 세심한 장식들과 함께 역사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 새로운 건물은 어떻게 나타내어지고 오래된 것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 자못 궁금해지기 까지 한다.
비가 내린다. 울란바타르 북부의 오래된 아파트촌으로 가서 몇몇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수십 년 전 지어진 낡고 허술한 6~7층짜리 아파트촌이다. 아파트 가격에 대해서는 대답을 회피하는 경향이 컸지만, 어렵게 알아낸 바에 의하면 가장 싸다고 할 수 있는 60㎡ 크기의 가격이 5만~8만 달러, 방 4개인 좀 큰 것은 월세만도 80만~100만원이라는데 놀랐다.
교외로 넓게 펼쳐진 게르지역도 방문했고, 주민들과 몇 차례 인터뷰도 시도 했었다. 나름대로 좋은 연구자료를 얻을 수 있었으나 술이 취해 해롱거리거나 시비조로 나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울란바타르는 1년전과도 다르게 많은 곳이 파헤쳐져 있고, 많은 건물들이 세워지고 있다. 분명 빌딩코드를 잘 따르지도 않고, 터무니없는 위치와 모양으로 집을 짓고 있다. 자재가격이나 건축비용도 매우 높다. 2009년 시멘트 가격이 1부대 당 5천500Tg이었는데 2013년 현재 9천Tg이다(1원=1.3Tg). 건설비용은 1㎡당 200만Tg 정도이다.
현재 고소득층을 위한 아파트들이 여기저기 세워지고 있다. 질적인 면에서 한국의 대형평수 아파트들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가격은 2억~3억원대, 그이상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중저소득 가구들은 비싼 가격에 그리고 낮은 품질에 고통을 받고 있다.
울란바타르는 도시인구 급증으로 그리고 애초부터 인프라가 부족했고 국가재정이 열약했으므로 오늘날의 심각한 도시환경을 초래했을 것이다. 2000년대 이후 국제적인 광물 값의 폭등으로 국가경제가 갑작스럽게 좋아지고는 있으나 경제산업기반 마련이며 인프라 구축이 아직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