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2013년 여름의 울란바타르 1

등록일 2013-08-14 00:29 게재일 2013-08-14 19면
스크랩버튼
▲ 구자문 한동대 교수

몽골의 여름은 아름답고 평화롭다. 끝없이 펼쳐지는 연녹색 넓은 초원에 소떼 양떼들이 풀을 뜯고 있다. 더구나 요즈음 몽골의 날씨는 예년과 다르게 낮은 편이다. 찌는 듯한 7~8월 더위와 싸우던 한국인들이라면 정말 살만한 곳에 왔다고 탄성을 지를 만큼 날씨가 쾌적하다. 포항의 기온이 낮 35도, 밤 25도라면, 울란바타르는 낮 25도, 밤에는 서늘함이 느껴지는 15도이다.

하지만 대도시인 울란바타르는 교통체증이 심하다. 도로망과 공공교통이 부족한 반면 각자 갖가지 종류의 차들을 몰고 나오기 때문이다. 신호등도 많지 않지만 이를 따르는 이들도 적고, 차든 사람이든 틈만 나면 비집고 들어오기에 무질서하고 매우 위험해 보인다.

자원부국인 몽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는 나라이다. 울란바타르는 곳곳이 파헤쳐져 있고 새로운 건물들이 속속 세워지고 있다. 하지만 화려하게 보이는 건물들 너머로 예전과 다를 바 없는 넓게 확산된 빈민촌인 게르지역의 모습이 보인다.

대부분의 물가는 한국을 뺨친다. 국민소득 4천달러 정도의 나라에서 먹고 입는 것이 국민소득 2만달러가 넘는 한국보다 비싸다면 도대체 이들 국민들은 어떻게 살고 있다는 것인가? 몇 가지 저렴한 것들, 소 한 마리가 20만원이고 양 한마리가 6~7만원이므로 서민들은 천막 게르에서 소고기와 양고기만을 먹으며 기본적인 삶만을 유지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원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많은 이익들은 상위 0.5 ~ 1% 그룹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여름이면 많은 한국인들이 찾아온다. 젊은이들로 구성된 선교단체, 구호단체, 좀 나이든 이들로 구성된 관광단체 등. 편도 3시간도 채 않되는 거리에 왕복항공료가 85만원에 이른다. 작년에는 75만원, 재작년에는 65만원 등 독점체제에 인상폭도 크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몽골정부에서 한몽노선의 경우 몽골항공과 대한항공 이외 항공사의 취항을 금하고 있다.

이번에 통역하는 학생은 몽골국립대 4학년인 `라라 오`이다. O로 시작되는 성은 너무 길어서 성을 보통 `O.`. 이렇게 한 자로만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

몽골족은 과거에는 인구도 많고 융성했다고 생각되나 청나라 지배하에 독립운동을 벌이던 몽골인들에 대한 대규모 학살과 다양한 민족말살정책으로 인해 인구가 대폭 줄어 들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청나라는 몽골 귀족들이 라마승이 될 수 밖에 없게 하였고, 사찰 앞에 유곽을 차려 이들이 성병에 걸리고 자식을 못 낳게 하고, 성을 없애 가문을 알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그 후 인구가 100만도 안되게 줄어든 가운데 1921년에 러시아의 도움으로 몽골은 독립을 하게 되었고 그후 인구증가 정책을 펼쳐서 지금은 270만이 되었다. 성도 부활시켰다. 몽골은 보통 외몽골로 불리고, 중국 영토안의 몽골인 거주지역을 내몽골이라고 부른다. 그곳 몽골인의 수는 400만으로 몽골의 인구보다 많다. 몽골도 민족이 분단된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울란바타르에 자주 오지만 필자는 아직도 도시의 풍경이며 사람들의 행동에 익숙하지는 못하다. 한국인과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는 민족이지만 의외로 언어가 크게 다르고, 말과 행동이 더욱 터프하고 와일드해 보인다.

웃는 모습 보다는 험상궂게 쳐다보는 경우가 많다. 조용히 묻거나 요청한다기보다는 `어이` 크게 소리친다. 하지만 사귀어보면 정이 많고 기분파이기도 한 우리 한국인들과 비슷한 정서들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인근의 한국식당에 가서 식사를 했다. 처음에는 건물 안이 너무 덥고 종업원들이 한국말을 못 알아들어서 그냥 가려고 하는데 목포가 고향이라는 주인여자분이 나타나 우리를 붙든다. 몽골에서는 돼지고기가 비싼 편이라 그동안 소고기 내지 양고기를 주문했었는데, 물 좋고 맛 좋다는 권고에 돼지목살을 1인당 200g씩 잘 구워 먹었다.

구자문칼럼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