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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체홉 `결혼신청` 14일 포항 초연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3-08-12 00:20 게재일 2013-08-1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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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5일까지 자유소극장<bR>원로 연출가 김삼일씨 144번째 연출작
▲ 지난 3월 김삼일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한 김삼일씨 연출의 연극 `노배우의 고백` 모습.

전 포항시립연극단 상임연출자인 원로 연출가 김삼일(72)씨가 144번째 연출작품으로 러시아 문호 안톤 체홉의 `결혼신청`을 무대에 올린다.

김삼일씨는 지난 2000년 금복문화상 연극부문 수상, 국내 최고의 연극상인 제14회 이해랑 연극상 수상 등 한국을 대표하는 연극 연출자. 포항시립연극단 상임연출자, 대경대 교수 등을 역임한 뒤 지난 3월부터 포항시 북구 상원동에 김삼일 자유소극장을 개관해 소극장용 연극을 연출하고 있다.

오는 14일부터 9월15일까지 한달 동안 김삼일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하는 `결혼신청`은 안톤 체홉의 단막 희극으로 포항에서는 아직 정식무대에 단 한 한번도 오르지 못한 작품이다.

김씨는 과감하게 `결혼신청`을 선택해 지역 관객들과의 첫 만남을 주선한다. 러시아 문학박사인 강명수 포항대 관광호텔항공과 교수의 번역으로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인간의 일상적인 모습에서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거장 안톤 체홉의 연극 미학을 만날 수 있다.

`결혼신청`의 등장인물은 지주 스테판 스테파노비치 추부코프와 그의 딸인 나탈리야 스테파노브나 그리고 추부코프의 이웃인 이반 바실리예비치 로모프다. 나탈리야 스테파노브나는 25세에 미혼이고, 로모프는 매우 소심한 젊은 지주다.

이 작품은 로모프가 추부코프의 딸인 나탈리야 스테파노브나에게 청혼하러 갔다가 일어난 사건을 희극적으로 다루고 있다. 청혼하러 간 본래 의도를 잊은 로모프와 그 사실을 딸에게 전하는 걸 잊은 추부코프, 거기에다 속내를 헤아리기가 좀 어려운 나탈리야 스테파노브나까지 뒤엉켜 `누구의 토지인가?`, `누구의 개가 더 나은가?`라는 논쟁에 몰두하는 광경을 그리고 있다.

체홉은 `결혼신청`에서 19세기말 러시아 지주들의 소유욕과 자기과시욕을 드러내는 한편으로 21세기 초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범속성과 속물근성을 직시하도록 유도한다. 체호프는 세태를 감지하는 예리한 촉수를 가지고 시대적 징후들을 포착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작가다. 또한 일상적 삶의 한 국면과 상황을 그리면서 인간이 가진 천박함과 비루한 생각을 끄집어내는 데도 비범한 재능을 발휘한다.

김삼일 연출자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세계에서는 `미(美)`가 인간을 구원했고, 톨스토이의 세계에서는 `선(善)`이 인간을 구원했다면, 체홉의 세계에서는 무엇이 인간을 구원했을까? 체홉이 그러한 거대담론 자체를 염두에 두고 작업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굳이 말하자면 체홉의 세계에서는 `일상적 삶의 이중성을 직시하는 과정`, 바로 그 과정이 인간을 구원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체홉의 작품은 마치 콜라주 기법으로 포스터를 제작하듯이 만들어진다. 일상적 삶의 총체적 모습을 그리는데 필요한 소소한 일상사를 그러모은 다음에 자신의 의도대로 그것들을 재구성하고 재배치한다. 그래서 체홉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드라마이고 도처에 드라마가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체홉은 일상적 삶에 침윤된 희극적 요소, 정서적 요소, 심리적 요소를 적절하게 버무려서 독특한 `체홉식의 극`을 완성한다. 이같은 `체홉식의 극`을 김삼일 연출가가 어떻게 새롭게 해석해 `김삼일식의 극`으로 빚어내는지 지켜보는 즐거움을 누려보면 좋을 듯 하다.

심장병이 있고 소심한 성격의 젊은지주 이반바실리예비치 로모프는 이웃한 지주 스테판 스테파노비치 추부코프의 딸 나탈리야 스페파노브나에게 청혼하러 간다. 땅 소유권 문제로 사소한 말다툼 끝에 대판싸움이 벌어지고 로모프는 청혼하러 간 사실도 잊고 추부코프의 집을 나온다. 나탈리야는 이 사실을 나중에 알고 후회 하면서 울면서 아버지에게 로모프를 빨리 불러 오라고 떼를쓰자 추부코프는 급히 나간 로모프를 불러와서 다시 사이좋게 이야기하다가 또 서로 자기집 개가 좋다고 우기다가 또다시 대판싸움을 벌인후 종극에는 서로 포옹을 하면서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

푸부코프 역에 최희만 로모프역에 이제우·김규범이, 나탈리아역에 채송아가 출연한다.

공연시간 평일 오후 7시30분 토·일요일 오후 3시. 월·화요일은 공연이 없다. 문의 011-813-3131.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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