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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육교 가는 길

등록일 2013-08-12 00:20 게재일 2013-08-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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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진 희
접시꽃 지는 늦여름이면

나는 연육교를 찾아갑니다

여름 내 붉은 꽃으로 피어있다가 길 잃어버린

내 희미한 사랑 거기 어디쯤 그대로 서 있을 것 같아서

그대는 말했지요, 사랑했으므로

언젠가는 잊을 수도 있을 거라고

나는 말하지 않았지요, 사랑하기에

잊을 수 없는 사람도 있다고

돌아서는 그대 걸음걸음 출렁대던

연육교는 작은 섬 하나 꼭 부둥켜안아서

육지로 가는 길 놓아주고 있는데

어디쯤이었을까요, 당신을 놓아버린 그 자리는

붉은 잎 열어 하늘을 그리다

갈 길 잃은 접시꽃 가만히 담아서

나는 연육교를 찾아갑니다, 거기 어디쯤

꽃 지지 않는 이야기 하나 피어있을 것 같아서

이뤄지지 않은 사랑은 더 아름다운 것일까. 옛사랑의 흔적이 스민 연육교를 찾아가는 시인의 가슴 속에는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꺼지지 않는 그리움과 기다림의 접시꽃이 피어나고 있음을 느낀다. 접시 모양의 그 붉은 잎에 담아내지 못했던 사랑의 아픔이 짙게 깔린 작품이다. 이뤄지지 않는 애절한 사랑이 영원히 시인의 가슴 속에 한 송이 접시꽃으로 피어있을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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