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전력수급상의 문제 때문에 한국사회가 무더위와 싸우고 있다. 공공기관의 실내온도를 섭씨 28도로 맞춰놓던지 아예 가동을 멈춘 경우도 많기 때문에 실내외를 막론하고 후텁지근한 한국의 더위를 겪어 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 고통을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7월 몇 주를 캘리포니아에 머물던 필자의 경우 낮에는 섭씨 30~35도의 더위에 노출되지만 습기가 없어서 그늘에서는 견딜만했고 해가 지면 놀랄 만큼 서늘한 바람이 불어 왔다.
다시 한국에 되돌아오니 더위가 굉장하다. 집안에서도 사무실에서도 참아보려 노력은 하지만 잠시나마 에어컨의 힘을 빌려야 살 것 같다.
수십년전 만해도 우리 한국인들은 에어컨 아닌 선풍기로, 냉장고 아닌 아이스박스로 여름을 보내야 했었다. 하지만 경제산업이 발달하여 다양한 편의시설들과 함께 전력소모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자동차 운전 중에도 에어컨은 필수이니 휘발유 사용량도 덩달아 올라간다. 생활습관이란 무서운 것이라서 그 더운 여름을 재래식 기기로 견디어 내던 기성세대인 필자로서도 에어컨 없는 여름이 너무나 견디기 힘든 것이다.
국가적으로 볼 때 문제가 되는 것은 전력의 블랙아웃이다. 이로 인해 모든 게 멈출 수 있고 그 혼란과 손해는 상상을 초월 할 것이다. 이를 우리 국민들이 절약정신으로 막아야 할 것이라고 보지만 전력생산을 늘려야 함도 당연한 이치이다.
이와 별도로 우리 사회가 전 지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지속가능한 사회조성 운동`이다. 이는 환경친화적인 개발이나 자원절약적인 삶과도 연계되며 우리의 집, 건물, 도시가 자연환경을 최대로 활용하되 전기 내지 석유에너지의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며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사회가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의 생활습관을 가진 사회로 변모시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사회가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이견이 있기도 하고 가능하더라도 오랜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사실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현대생활의 장점은 생산가격의 하락과 시민들의 구매력 증가이고, 이로 인해 모든 계층들의 삶의 질이 한층 개선되었던 것이다. 자원절약적인 삶은 지구자원보전이라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 지금 전력사용 제한에서 보듯이 시민 및 국가산업으로서도 어려움이 매우 큰 것이다.
전력생산을 증가시키려면 우리의 현재 상황에서는 원자력이나 화력발전소의 건설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사회적인 여론수렴 문제와 함께 그 해결이 쉽지 않다. 아직 대체에너지원들은 가격이나 대량생산 면에서 그 대체제 역할을 감당할 수 없다. 우리 정부를 포함한 사회가 넘어서야할 벽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필자가 지금 여행 중인 곳은 몽골의 울란바타르이다. 이곳도 매우 덥지만 습기가 적어 견딜만하다. 이 나라는 국토가 넓고 자원도 풍부하지만 인구도 적고 경제산업도 발달되지 못하였고 역사적으로 주변국가로 부터 영토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 우리 한국이라면 이러한 대지와 자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몽골은 이러한 우리나라가 가질 수 없는 것들을 지닌 부러움을 주는 나라이다.
우리 한국은 좁은 국토와 제한된 자원을 가진 나라이지만 양질의 인적자원과 다사다난함 가운데서도 잘 살아 보겠다는 사회적인 강한 의지로서 현재의 발전을 이루었다. 현대사회에서 지리적인 영토 늘리기는 불가능에 가깝지만 있는 영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전국토의 스마트화는 최대한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화교들만큼은 아니지만 전 세계에 펼쳐져 있는 한민족 네트워크의 활용도 우리가 추진해야 할 큰 과제라고 보아진다. 아무쪼록 이 여름이 전력의 블랙아웃 없이 잘 지나가기를 바라며 세계적인 경제불황 가운데서도 우리 경제와 산업이 창조적 선도적으로 불황타개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