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영 미
유해들을 수습해 검은 보자기에 싸서 다시 매장했다
양지 바른 언덕에, 예의를 다해
무덤 위에 고맙게도
파릇파릇 잔디가 돋아
어머니의 눈물을 덮어주었다
어머니의 묘를 이장하면서 함께 했던 아름다웠던 시간들을 보자기에 싸서 양지바른 언덕에 다시 묻는 시인의 마음은 차라리 슬픔을 넘어선 편안한 평화를 느끼고 있다. 짧고 간명한 시 속에 삶에 대한 따스한 인식이 스며 있는 작품이다. 양지바른 언덕에 봄이 찾아와 어머니 무덤에 파릇파릇 돋는 잔디들은 고되고 서러웠던 어머니의 시간들을 따스하게 덮어주고 있는 것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