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따위는 없고, 빈 하늘에 부끄럽다
이 세상 누구에게도 그리움 되지 못한 몸
여기 와 무슨 기도냐
별 아래 그냥 취해 잤다
끝없이 펼쳐진 남해를 내려다볼 수 있는 남해 금산의 암자인 보리암에 오른 시인은 천지간 망망함을 느끼며 산사의 불상 앞에서 무슨 소원을 빌겠다는 것이냐고 자문하면서 자신의 한 생을 성찰하고 있다. 스스로 그리움의 대상이 되고 싶은 소망을 뜨겁게 안으로 키우며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시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마음과 몸에 촉촉한 생기가 스며드는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