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병 근
모가지에 벌겋게 독 오른 놈들
목젖 가득 차오는 폐단을 주체할 수 없어
아무나 잡고 맞짱 뜨자는 놈들
모래밭에 떼거리로 서서
온몸을 긁고 있었다
무서워서 아들놈을 재촉하며 돌아오는데
야, 그냥 가냐, 그냥 가!
아스팔트 산책로에 들어설 때까지
등 뒤에서 감자를 먹였다
중량천변 모래밭, 여뀌들
중량천 모래밭에 넝쿨져 있는 풀, 여뀌들을 보면서 시인은 두려움을 느끼고 같이 산책나갔던 아들을 데리고 돌아오는 모습에서 우리는 시인의 사회인식의 중요한 한 면을 발견하게된다. 현실 속에서 떼거리를 지어 통속을 만드는 삶의 원리와 독기 오른 근성들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여뀌 무리들은 도처에 깔려 있으며, 다가오기도 하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으며 이런 두려움에서 그리 쉬 벗어날 수 없다는데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