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용 택
강이 있고
산이 있는 곳
길이 있습니다
비어가는 가을 들녘 끝에 서 있으면
가슴 깊이 밀려오는 그리움이 있는
해 떨어지는
그곳
그 어느 곳에 우리가 털린 볏단처럼 서 있었지요
오세요
섬진강 가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퇴역한 섬진강 시인인 김용택의 초대장이다. 거창한 축제나 파티로의 초대가 아니라, 강이 있고 산이 있고 면면히 흐르는 강물과 그 강물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과 자연이 있는 평화경으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는 것이다. 털린 볏단처럼 살아가기 버거운 세상살이에서 이것 저것 다 털리고 살아가는 우리네 한 생 돌아보게 하며, 그래도 꿋꿋이 들판에 서있는 볏단처럼 서 있는 우리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참 따사롭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