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경 림
환한 봄 햇살 꽃그늘 속의 설렘도 보지 못하고
날아가듯 달려가 내가 할 일이 무언가
예순에 더 몇 해를 보아온 같은 풍경과 말들
종착역에서도 그것들이 기다리겠지
들판이 내려다보이는 산역에서 차를 버리자
그리고 걷자 발이 부르틀 때까지
복사꽃숲 나오면 들어가 낮잠도 자고
소매 잡는 이 있으면 하룻밤쯤 술로 지새면서
이르지 못한들 어떠랴 이르고자 한 곳에
풀씨들 날아가다 떨어져 몸을 묻은
산은 파랗고 강물은 저리 반짝이는데
우리 시단의 원로이신 시인의 인생을 관조하고 성찰하는 눈을 느낄 수 있다. 맞다, 저리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특급열차을 타고 어디까지 왜 그리 빨리 가야하는 것일까. 많은 시간들을 하늘과 햇살과 별과 바람과 대지의 생명들과 교감하면서 시를 써 온 시인의 그윽한 마음을 읽을 수 있어 감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