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젊음의 계절이다. 인간으로 치자면 한창 혈기 왕성한 청년기요, 인생시계로 보면 이른 아침에 해당되는 시작의 시기다. 작열하는 태양의 에너지가 생명과 번식의 에너지로 바뀌는 계절이요, 대지의 뭇생명이 가장 왕성하고 풍요롭게 자라는 시기이다. 이 계절의 역사는 모두 밤에 이뤄진다.
한여름밤. 태양이 지고 어둠이 깔리면 신부의 옷자락처럼 육감적이고 신비로운 기운이 대기를 감싼다. 현실 세계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아주 기이하고 신비로운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를 놓치지 않고 셰익스피어는 희곡을 썼다. 그의 희극 `한여름 밤의 꿈`의 배경이다. 마이클 호프만 감독의 이것을 바탕으로 더욱 몽환적인 영화를 만들었다. 그 전에 멘델스존은 명랑한 음악을 만들기도 했다.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고 친숙한 결혼행진곡이 여기서 나왔다.
희곡 `한여름밤의 꿈`에서 한여름 밤이란 일 년 중 가장 낮이 긴 하지의 전날 밤, 가톨릭 절기로 치면 성 요한제의 전날 밤이 된다. 서양에서는 예로부터 이날 밤에 기이하고 신비로운 일이 벌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는데, 바로 이 점에 착안해서 셰익스피어가 신비롭고 환상적인 작품을 쓴 것이다. 신비로운 이야기의 배경은 숲속이었다. 야단스럽고 시끌벅적한 한바탕의 결혼 소동이 4쌍의 연인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사랑스러운 코미디다.
오늘, 여기 포항에서는 또 다른 `한여름밤의 불빛이야기`가 시작될 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무더운 시기, 전국민이 부지런히 일하던 일터를 벗어나 잠시 휴식을 취할 시기 약 열흘동안, 그들의 이야기를 할 참이다. 셰익스피어의 숲속이 아닌, 포항의 영일대해수욕장과 해변, 그리고 형산강가에서 신비롭고 아름다운 우리들의 꿈 이야기를 말이다.
포항국제불빛축제는 올해로 꼭 10년째가 됐다. 오늘의 글로벌 포항을 있게 한 포스코가 시민들을 위한 꿈의 선물, 불꽃을 쏜 것은 2004년 6월12일, 시민의 날이었다. 당시만 해도 쉽게 볼 수 없었던 외국 유수의 연화팀을 초청하여 연출한 밤하늘의 불꽃은 그야말로 `한여름밤의 꿈과 같은 선물`이었다. 덕분에 포항시민들은 신비롭고 낭만적이고도 몽환적인 꿈을 꾸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자긍심 또한 대단했다. 그리하여 10년, 그 불꽃쇼는 해마다 규모가 커졌다. 2006년 포항시와 함께 불빛축제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단 하룻밤의 불꽃쇼가 아닌 명실상부 축제가 됐다. 3년전부터는 대한민국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되면서 포항시민들만이 아닌, 전국민이 즐기는 축제가 됐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보고 싶은 축제 3위에 꼽힐 정도로 유명한 축제가 됐다.
실로 불과 빛은 포항의 처음이요 끝이다. 포항의 시작이었듯이 미래이기도 하다. 포항의 정체성이다. 포항의 옛 지명 영일은 해를 맞이한다는 뜻이다. 신라시대 사라진 해와 달의 빛을 다시 찾아 맞이한 곳이라는 역사적, 혹은 신화적 장소였다. 산업화의 불을 지펴서 오늘날 이렇게 잘살게 된 포스코의 용광로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곳이다. 바다를 향해 열려 있어 앞으로 더욱더 큰 꿈을 품고 있는 도시다.
올해는 더욱 다양한 빛의 잔치가 펼쳐질 것이다. 영일대해수욕장에 바닷속에서 솟은듯이 만들어진 해상누각 영일대를 배경으로 영상미술, 미디어아트는 세상에 둘도 없는 환상을 선물할 것이다. 포스코의 야경을 배경으로 한 형산강에서의 불꽃쇼는 밤하늘을 캔버스 삼아 한여름밤 낭만과 몽환의 세계를 그려낼 것이다.
힘들고 지쳤다면 포항으로 오시라. 꿈을 꾸고 싶으면 포항에서 축제를 즐기시라. 어린이는 불꽃과 모래에서 미래의 꿈을 찾아라. 젊은이는 사랑을 춤출 준비를 하라. 어른들은 두런두런 추억을 이야기하면서 한여름밤을 꼬박 새워도 좋을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