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태 준
산수유나무는 그늘도 노랗다
마음의 그늘이 옥말려든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은 보아라
나무는 그늘을 그냥 드리우는 게 아니다
그늘 또한 나무의 한해 농사
산수유나무가 그늘 농사를 짓고 있다
꽃은 하늘에 피우지만 그늘은 땅에서 넓어진다
산수유나무가 농부처럼 농사를 짓고 있다
끌어모으면 벌써 노란 좁쌀 다섯 되 무게의 그늘이다
흔히들 나무가 드리우는 그늘은 그 나무가 누군가에게 베푸는 배려이고 은총의 일부라는 생각들을 하곤 한다. 그런데 시인은 우리의 삶이 워낙 팍팍하고 메말라서 타인을 위한 그늘을 만들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음을 은근히 빗대어 말하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타인을 위한 배려에 인색하고 그들에게 베풀어 줄 수 있는 무엇에 대해 생각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임을 느끼게 해주는 시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