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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비도의 일몰

등록일 2013-06-27 00:09 게재일 2013-06-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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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윤 배
붉은 해는 생각을 멈춘 듯 주춤거린다

녹안리의 하늘 불타고 붉은 적막이

가파른 해안을 들불처럼 번져간다

한 세기가 끝나기 전

도비도의 일몰을 보아야 한다는 듯

오랜 시간 바닷바람에 마을 내던진다

........( 중략 ).......

검붉게 타오르는 물비늘에 얹혀

온갖 욕망들 거대한 구렁이처럼 꿈틀대는

일몰의 바다는 참회조차

오욕으로 바꾸어놓는다

서해의 물빛이 부드러워지는 시간을 헤아려

이곳 도비도를 떠난다 해도 가슴 아래

숨어 흐르는 먹먹한 시간들을

언젠가 환하게 아플 것을 안다

도비도에서의 참회는 짧고 깊다

일몰의 바닷가에 서서 번지는 노을에 젖어들어 보라. 마치 엄숙한 정화(淨化)의 성사(聖事)를 치루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한 세기가 끝나는 마지막 순간의 해를 보고 싶어서 도비도라는 섬으로 달려간 시인은 그 장엄한 광경 앞에서 내면 깊숙이 환한 아픔을 느끼게된다. 묵은 세기를 참회하며 보내고 새로이 맞이하는 한 세기를 부풀어 오르는 욕망과 기대를 품고 맞이하려는 마음으로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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