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 희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중략)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 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우리는 이와 같은 상한 영혼을 부여안고 살아갈 때 , 슬퍼하고 좌절하며 분노하기도 한다. 몸의 작은 상처 하나, 마음의 상처 하나가 얼마나 삶을 힘겹게 하는지 모른다. 그러면서 그것의 치유를 기다리고 상처 속에서 새살이 돋기를 기다린다. 이 시는 그런 사람들에게 믿음과 희망의 음성을 들려주고 있다. 인생을 포기할 만큼 세상은 결코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귀 기울여봄 직한 음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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