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종 환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게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담쟁이는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도 푸르게 그들의 생명을 이어가는 식물이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삶일지라도 견디고 극복하기 위해 애쓴다면 절망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담쟁이를 통해 우리에게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에 대한 위로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동시에 건내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