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철 문
빗속에 꽃을 끄르는 복사나무가 있다
빗속에 꽃에 드나드는 호박벌이 있다
감나무에는
질긴 살갗을 찢고 나오는 잎사귀가 있다
비속에 몸통을 밀고 나오는 날개가 있다
봄산에는
가질 수 없는 연두가 있다
유채밭을 데리고 유채를 품은 둠벙을 데리고 날아오르는 연두의 능선이 있다
봄산에는
빗물을 머금은 참꽃처럼 목청이 젖은 산비둘기가 있다
봄이 밀려드는 모습을 역동적인 풍경으로 제시하고 있는 시이다. 봄비 속에 돋는 새 순이나 봄꽃들에 찾아드는 벌. 봄산에 퍼지기 시작하는 연두의 환한 빛들이 자아내는 아름다운 봄 풍경 속에는 빗물을 머금은 참꽃처럼 목청이 젖은 산비둘기의 비행이 있어 더욱 깨끗한 생명체들의 향연을 그려내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