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정 권
적요한 시간의 마당에
백지 한 장이 떨어져 있다
흔히 돌보지 않는 종이이지만
비어 있는 그것은
신이 놓고 간 물음
시인은 그것을 10월의 포켓트에
하루 종일 넣고 다니다가
밤의 한 기슭에
등불을 밝히고 읽는다
흔히 돌보지 않는 종이이지만
비어 있는 그것은 신의 뜻
공손하게 달라 하면
조용히 대답을 내려 주신다
적요의 시간 마당에 떨어진 백지 한 장의 의미는 무얼까. 시인은 신이 놓고 간 물음이라고 말하고, 또 신의 뜻이라고 밝히고 있다. 가득 비어 있어서 채울 수 있는 공간이 많고 비어 있음에 대해 아무에게도 탓하지 않는 백지의 속성을 통해 우리 인생이 견지해가야할 삶의 태도를 은근히 말하고 있다. 소유에 집착하는 우리 시대를 향해 던지는 메시지가 깊고 크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