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태 수
남은 거라고는 바람과 먼지
저물기 전에 또 어디로 가야 하지
등 떠미는 저 먼지와 바람
차마 못 버려서 지고 있는 이 짐과
허공의 빈 메아리
그래도 지워질 듯 지워지지 않는
무명(無明) 속 먼 불빛 한 가닥
내면적 자기 성찰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지역 언론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오면서 주옥같은 시편들을 생산해온 시인의 인생을 관조하는 깊이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필자가 알기로는 정말 부지런히 앞만 보고 달려온 시인이지만 `저물기 전에 어디로 가야하지` 라고 토로하면서 실존적 존재로서의 허무감과 살아온 삶에 대한 회한을 풀어내고 있다. 이 진솔한 고백을 읽으면서 우리 자신도 우리를 돌아보고 가만히 자신을 들여다보자. 시인에게 보이는 무명 속 먼 불빛 한 가닥 보일는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