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 문 재
언덕 위에 우리 집이 보이는데
아직 식구들이 돌아오지 않았는지 아니면
모두 잠들었는지
불은 켜져 있지 않았다
나는 얼른 들어가 불을 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올라갈 수가 없었다
얼어붙은 길이 너무 미끄러워
발을 제대로 딛지 못하고 자꾸 뒤로 밀려나는 것이었다
술 몇잔을 마셨다고 이렇게 힘이 없을까
나는 오기를 가지고 올라갔지만
몇 걸음 못 가 다시 미끄러지고 말았다
날이 저물어 새들이 둥지로 돌아가는 것을 귀소(歸巢)라고 한다. 새들 뿐만 아니라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귀소본능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평안과 안식이 있기 때문이다. 푸근하게 자신을 맡길 수 있고 재충전의 활력을 얻을 수 있는 곳 또한 집이다. 그런 집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시인의 마음이 간절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