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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꽃 연정

등록일 2013-03-19 00:17 게재일 2013-03-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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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찬 호
나는 이제 좁쌀보다도 작은 백도라지씨를 더는 미운 마음으로 가려내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래도, 사방이 온통 보랏빛인 청도라지꿈을 꾸다 벌떡 일어나기도 했다

나는 길을 잘못 걸어왔는지도 모른다 반달을 툭 분질러 깨문 것 같이, 길을 잘못 걸어왔는지도 모른다

산길을 걷다가, 희기도 하고 보랏빛이기도 한 얼룩이 옷에 묻기도 했다.

그런 날이면 산첩첩 노루산장에서 하룻밤 자고 오기도 했다

청도라지꽃을 좋아하는 시인에게 백도라지가 피어있는 길이란 가고싶지 않은 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인의 인식은 이 부분에서 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비록 백도라지꽃이 피어있는 길이라 할지라도, 길을 잘못 걸어왔다 할지라도 긍정하며 길을 가겠다고 다짐하는 시인의 인식이 참으로 편안하고 평온함에 이르름을 느낄 수 있다. 한 생을 살다보면 희기도 하고 보랏빛이기도 한 얼룩이 옷에 묻어나는 것이리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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