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경 림
광양 매화밭으로 매화를 보러 갔다가
매화는 덜 피어 보지 못하고
그래도 섬진강 거슬러 올라오는 밤차는 좋아
산허리와 들판에 묻은 달빛에 취해 조는데
차 안을 가득 메우는 짙은 매화향기 있어
둘러보니 차 안에는 반쯤 잠든 사람들뿐
살면서 사람들이 만드는 소음과 악취가
꿈과 달빛에 섞여 때로 만개한 매화보다도
더 짙은 향내가 되기도 하는 건지
내년 봄에도 다시 한번 매화 찾아 나섰다가
매화는 그만두고 밤차나 타고 올라올까
어느 봄날 매화를 보러간 노시인이 매화는 못보고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치이다가 그냥 돌아서서 돌아오는 밤차에서의 감회를 적은 시이다. 매화는 못 봤지만 매화보다 더 향기롭고 아름다운 지리산 자락과 유유히 흐르는 밤 섬진강과 쏟아지는 달빛에 취해 깊은 생각에 빠져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살면서 사람들이 만드는 소음과 악취가 꿈과 달빛에 섞여 때로는 만개한 매화보다도 더 짙은 향내를 만들어내는 것이리라 생각하며 돌아오는 밤차 창가에서 지그시 눈 감은 노 시인의 감회를 따라가 봄직하지 않는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