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선 옥
엄마를 폐업한 그녀 안에 울음으로 깎이며 결을 키운 육관(肉棺)악기
한 생의 절정을 길어 올리듯 쏟아내는 소리마다
눈물로 저를 깎아낸 몸의 진저리가 흘러나온다
고음이 하이얀 피로 솟을 때까지
그녀 안의 응어리는 악보를 담는 매질이 되어 준 것이다
누구에게나 울음을 다잡는 방식 있어 오늘 나는
몇 번째인가 시(詩)를 관에 넣고
절필의 저항을 세게 받고 있다
몇 번째인가 시를 관에 넣고
절필의 저항으로 어제, 오늘을 사는 것이다
누구나 힘들고 어려운, 희로애락, 한 생의 통로를 지나온 사람이라면 그의 몸은 소리를 담고 있는 육관 악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눈물로 저를 깎아낸 몸의 진저리가 흘러나오는 것이리라. 그게 인생이다. 평생을 시를 쓰면서 건너온 시인에게는 비록 절필의 시간들이 이어진다 해도 그의 마음이 가 닿는 곳에 시가 생기고, 그의 호흡이 곧 시요, 그의 눈빛이 시가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