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경 리
세상이 다 보인다
빨아서 풀 먹인 모시 적삼같이
사물은 싱그럽다
마음이 욕망으로 일그러졌을 때
진실은 눈멀고
해와 달이 없는 벌판
세상은 캄캄해질 것이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욕망
무간지옥이 따로 있는가
권세와 명리와 재물을 쫒는자
세상은 그래서 피비린내가 난다
대하소설 `토지`같은 우리 근현대사의 아픔을 곡진하고 장차게 쓰신 박경리 선생의 유고 시집에 실린 시이다. 일체유심조라고 했던가 인간사 모든 것이 마음먹기 달려있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우리 인간의 욕망과 욕심은 끝이 없다. 그 욕망을 따라가다 보면 시인의 말처럼 무간지옥에 이를지 모른다. 마음을 다스리는 일 그리 녹녹지만은 않는 일이지만 지나친 우리의 욕망을 제어하고 조절한다면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고 만물이 한결 싱그럽게 보이지 않겠는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