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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등록일 2013-02-27 00:23 게재일 2013-02-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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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중 호
칠십 평생 처음으로, 지난겨울 되게 앓으신 엄니가

얼굴 그득히 피우신 검버섯

황망한 마음으로, 아이들 앞세워 둑길에 나서니

넘어질 듯, 아이들 뜀박질로

들을 가로질러, 앞산 파랗게 키우고,

개울 물소리 들쑤시며

금강까지 내처 몰려가는 풋풋한 물비린내

희미한 빗소리 귀동냥하며

둑길 끝 징검다리 비로소 뚜렷하다

봄비는 겨우내 움츠리고 마른 생명의 여건들에 습기와 따스한 온기를 공급하여 회생시키고 스스히 가동을 준비하게 만드는 생명의 시간들이다. 봄비를 맞으며 개울 물소리와 푸른 산자락의 봄내음을 맡으며 편찮으신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시인과 그의 아이들 모습이 눈에 선하다. 봄비 내리는 금강 둑방 길을 걸으며 새 생명으로 되살아나는 봄의 만물들처럼 칠십 평생 자식들 위해 살아오신 어머니의 쾌유를 비는 시인의 착한 마음을 넘볼 수 있는 작품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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