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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방 한 칸

등록일 2013-02-26 00:08 게재일 2013-02-2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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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 인
세월은 또 한 고비 넘고

잠이 오지 않는다

꿈결에도 식은땀이 등을 적신다

몸부림치다 와 닿는

둘째놈 애린 손끝이 천 근으로 아프다

세상 그만 내리고만 싶은 나를 애비라 믿어

이렇게 잠이 평화로운가

바로 뉘고 이불을 다독여 준다

이 나이토록 배운 것이라곤 원고지 메꿔 밥 비는 재주

쫓기듯 붙잡는 원고지 칸이

마침내 못 건널 운명의 강처럼 넓기만 한데

달아오른 불덩어리

초라한 몸 가릴 방 한 칸이

망망 천지에 없단 말이냐

웅크리고 잠든 아내의 등에 얼굴을 대 본다

밖에는 바람 소리가 사정없고

며칠 후면 남이 누울 방바닥

잠이 오지 않는다

고단하고 힘겨운, 궁핍한 젊은 시절 며칠 뒷면 달셋방을 비워줘야는데 갈 데는 없는, 곤하게 잠든 가족들을 바라보는 가장의 마음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불덩어리로 달아오른 아이를 포근히 안아줄 따스한 한 칸의 방도 가지지 못하고, 웅크리고 잠든 아내의 등에 가만히 얼굴을 대보는 젊은 시인의 힘겨운 시간들이 의지할 데 없는 망망천지에 휙휙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요즘인들 별로 변한 것 없는 현실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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