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태 규
석남사 웃길 더듬어
하늘사다리 아래
조아려, 엎드려
새끼손가락 끝 마디 만큼이나
쿠욱 찔러, 속살 할퀴고
너의 봄을 훔친다
햇살로 두룩 내리는
너의 망울망울
너의 눈물 한 그릇
`늙은 대추나무를 위하여·2009`
고로쇠 수액을 눈물 한 그릇으로 노래하는 시인의 마음이 젖어있다. 시인은 봄을 떠나지도 떠나보내지도 못하고 있다. 봄을 사랑으로 바라보며 그것을 내면화 시켜 스스로 망울진 고로쇠 눈물로 승화시키고 있다. 엄동을 견뎌낸 자연물 앞에서 애절하고 순수한 인간의 마음이 가만히 풀어져 그리움이나 사랑으로 깊어지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