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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받아들일 준비를

등록일 2012-12-17 00:13 게재일 2012-12-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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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우 편집국장

정확히 이틀 남았다. 이틀 후면 판가름 난다. 그리고 한 사람만 국민의 선택을 받는다. 거꾸로 말하면 국민의 절반은 불공정 게임으로 졌다는 분노와 상실감으로, 다른 절반은 승리의 전리품 배분이 불공평하다는 배신감을 안고 앞으로 5년을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한 사람은 통합하겠다고 했고, 또 다른 사람은 소통의 최적임자를 자처하고 있다. 나라가 위험에 처할런지, 30년 전 시대로 되돌아가는 세상을 만들어갈지 국민들이 결판짓게 된다.

지금 우리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후보에 대해서 당선되더라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묘한 정치적 인습에 포위돼 있다. 내가 아닌 당신들이 뽑은 대통령이라며 건건이 딴죽을 걸고 심하게는 그 정책조차도 막무가내 반대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자말자 광우병 사태로 곤욕을 치른 데는 그런 진영논리의 탓도 있다.

2000년 제45대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엘 고어 민주당 후보는 5천200만표를 얻어 조지 부시 대통령을 54만표 차이로 눌렀지만 선거인단 수에서 271대 266으로 5표 뒤져 실패했다. 플로리다주에선 2천700표 차이로 졌지만 일부 선거구에서의 수작업 재검표 결과 표차를 400여 표로 줄였고 주 전체에서 재검표가 실시되면 결과가 바뀔 수도 있었지만 연방대법원의 재검표 중지를 받아들여 깨끗이 승복한다. 2007년 고어의 노벨 평화상은 그런 승복에 따른 보상의 의미도 포함돼 있다고 호사가들은 말한다.

“납득이 안돼요, 납득이.” 개그콘서트 멘붕스쿨에서처럼 그야말로 “납득이 안 되는 장면”은 현실에서도 참으로 많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문제 해결은 소통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전제에 공감한다면 멘붕스쿨의 문제 해결에 나선 선생님처럼 지도자는 우선 상대방(자기를 지지하지 않거나 반대하는 쪽)의 이야기에도 성실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멘붕스쿨에서 선생님은 아이들의 말도 되지 않는 황당한 이야기지만 일단 들어준다.

선거 막판 확인되지 않은 흑색선전이 그야말로 선거판에 흙탕물을 튀기고 있다. 최근 국정원 직원의 문재인 민주당 후보 비방 댓글 의혹에 이어 새누리당의 불법 댓글 부대 조직 파문까지 일어나며 선거판이 혼탁해지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소문만 무성하던 이른바 `댓글 알바`의 실체가 구체화한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중앙선관위가 조사에 나섰지만 선거 전 결론이 날 것 같지는 않다.

선거막판 흑색선전이 유권자들의 귀와 눈을 가리려 한다. 2002년 16대 대선당시 이회창 후보를 겨냥한 병풍은 선거판을 뒤집어 놓고 국가의 운명도 바꿔놓았다. 이명박 대선후보 당시 BBK 의혹, 그리고 흑색선전은 선거판을 흔들면서 선거가 끝나면 또 다른 시빗거리를 잉태하고 있다. 패배자는 승복하지 못하는 명분으로 삼을 것이고 승자도 상처뿐인 승리에서 얻은 승자의 저주에 빠질 우려가 높다.

이런 판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국가지도자 연석회의를 제안한 것은 참으로 적절한 발상이다. 지금은 흑색선전과 네거티브 선동으로 선거판을 어지럽힐 것이 아니라 대선 이후의 나라 걱정을 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지금처럼 선거를 펼친다면 패자도 승복할 수 없게 되고, 승자도 승자의 저주로 만신창이가 돼 국정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게 될 지도 모른다.

이제는 인정하고 축하하고 그리고 협조해야 한다. 후보보다 먼저 국민들이 화합해야 한다. 더 이상 진영 논리에 매몰돼 스스로를 가둬놓고 협상이나 협조를 통한 참여를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이틀 후면 새 대통령이 선출된다. 내가 선출하지 않은 대통령이라도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국민 스스로의 정신 위생에도 도움이 되고 국가 발전에도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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