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사이 수백m씩 `싹둑`… 축사·시설하우스 수천만원~억대 피해 우려<br> 2010· 2011년 比 2배 증가 “도난감지기 실효성 없어”
멀쩡한 전선을 훔쳐가는 도둑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한전이 대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일 한전 경북지사에 따르면 올들어 안동 등지에서 발생한 전선 도난 건수는 모두 11건. 이는 지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2년동안 발생한 9건의 2배가 넘는다. 전선도난 사례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훔쳐간 전선의 길이는 1만2천391m에 무게 2.5t에 달할 정도지만 하룻밤 사이 수백m 씩 전선을 잘라가는 도둑들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경북지사는 자구책으로 전선도난 시 실시간으로 문자로 통보해 주는 `전선도난감지기` 45대를 설치 운영 중이지만 오작동이나 출동을 했을 경우 이미 털린 후가 대다수다. 최고 5천만원의 포상금 등 전선도난 신고포상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농사용 전선이 도난당할 경우 피해 대상자는 한전만이 아니다. 돈사나 우사를 비롯해 창고 등지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을 경우 농가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특히 영하의 날씨의 경우 시설재배하우스 재배농가는 수천에서 억대의 재산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최근 안동경찰서는 인적이 드문 농촌지역에서 농사용 전선만 훔친 혐의(절도)로 박모(46)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한전의 전선도난 감지기로 검거된 박씨는 15일 오후 6시14분께 안동시 일직면 한 노상에서 농사용 전선 50m, 시가 150만원 상당을 훔치는 등 지난달 초순부터 최근까지 안동에서 7건, 예천 2건 등 총 9회에 걸쳐 860m의 농사용 전선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박씨는 전기관련 전문가로 범행 대상을 물색한 뒤 자신의 화물차와 미리 준비한 도구를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검거 당시 박씨 화물차 적재함에는 150m가량의 농사용 전선이 추가로 발견됐다.
그러나 법원은 박씨에 대해 생계형 범죄라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한전경북지사 관계자는 “전선도난 감지기 설치를 비롯해 신고포상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도둑을 막기엔 한계가 있다” 며 “비록 경찰이 도둑을 잡더라도 비교적 약한 처벌 때문에 앞으로도 도난사건은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동/권광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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