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주 개인전 16일까지 대구 수성아트피아
`흐린 기억`이란 주제로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는 시간의 흐름 속에 압축된 수많은 일들이 현재에 이르러서는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그림자 같은 추억으로 남아 자꾸만 되돌아보게 하는 쓸쓸함에 관한 이야기들을 작품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희미하게 떠오르듯 아니면 지우다 남은 아련한 흔적처럼 최진주의 회화는 강렬하지 않은 그러나 긴 잔상을 남긴다.
띄엄띄엄 부유하듯 떠다니는 둥근형상과 빗물처럼 형상을 타고 흘러내리는 빛바랜 작가의 화면은 무엇을 그렸다기보다 희미한 어떤 것이 남겨져 있다는 인상을 갖게 한다. 치밀한 시간의 기록도 목청 높은 사건의 증언도 아닌 침묵에 가까운 고요함을 느끼게 하는 화면은 마음 저편에 머무는 심상의 풍경이요 무심한 순간의 포착으로 자리한다. 평면의 화폭위로 마치 물속을 들여다보는 듯 희미하게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화면 위 형상들은 각종 사건들로 빼곡히 들어차 있는 신문지를 맨 아래쪽에 놓고, 겹겹의 수묵을 장판지 위로 반복적으로 올리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애써 치장하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의 감정과 인상에 충실한 최진주의 회화는 명상적이다. 화면 위를 떠도는 무명의 섬은 정착하지 못하는 유목민과도 같은 마음을 상징하고 반대로 완전히 지우지 못한 채 흔적을 남기고 마는 형상은 머릿속에서 맴도는 떠나지 않는 기억과도 같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통재료인 장판지, 장지, 모시위에 그린 작업과 디지털 페인팅을 함께 선보여 필묵정신의 표현이 확장되는 작품 20여점이 선보일 예정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