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폭염이 계속되는 때면 음식물 쓰레기 처리가 더욱 힘들다. 어쩌다 한 번씩 먹는 식사에는 예외없이 쓰레기가 발생했다. 된장을 끓이더라도 멸치가 있어야 하고 파와 고추가 들어가야 한다. 남기지 않고 몽땅 먹으려고 애쓰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많았다.
특히 참외나 수박 같은 여름철 과일 껍질이 문제였다. 하루만 두어도 냄새가 날 판이고 그렇다고 많지도 않은 음식물 쓰레기를 별도 용기로 분리수거하기도 번거롭고 귀찮다. 그렇다고 동네 전봇대 밑에다가 파리가 들끓도록 내버릴 수도 없다. 궁리 끝에 비닐봉지에 사서 냉장고에 넣어 두는 것이다. 그것을 1주일에 한 번 집으로 가면서 빨랫감과 함께 갖고 가는 것이다. 그것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 민주시민이면 지켜야 할 미덕쯤으로 여겼다.
착하게 살아온 줄 알았다. 세상의 거대한 악이나 신문 사회면을 도배하는 나쁜 사람들에 비하면 선량하기 그지없는 인생이었다. 비록 늦은 밤 남이 안 볼 때 골목 담벼락에 오줌을 갈기기도 했고 한적한 길이나 한밤중이면 신호를 위반하거나 중앙선을 무시하고 운전하기도 했다. 골프장에서 공을 발로 건드려서 치기도 했다. 그러나 남에게 해가 될 정도의 나쁜 짓은 하지 않았다고 자신했다.
세상엔 정말 나쁜 인간들이 많다. 통영에선 열 살 아름이를 무참히 살해한 성폭력 전과자가 이웃에 살고 있었다. 제주 올레길에서 만난 40살 여인을 살해한 강모(46)씨도 나쁘다는 표현만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하다.
그런 극소수의 범법자들뿐 아니다. 경찰만 봐도 움찔하는 우리 소시민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나쁜 사람들이 대로를 활보하는 신사 숙녀들 가운데도 많이 있다. 정치인의 뻔뻔함이야 익히 들어봤지만 검찰의 소환에 불응하고 되레 `정신적 고문을 가하고 있다`고 법무장관을 몰아세우는 야당 원내대표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개인이야 또 그렇다 치자. 국민의 신뢰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 국민 등 시중은행들의 부도덕한 대출 횡포야말로 해수욕장 백사장에서 만인이 보는 앞에서 치도곤해도 성이 차지 않을 일이다. 감사원의 금융권역별 감사 실태에서 밝혀진 죄질은 소위 배우고 가진 것들의 몰염치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정직하지 않다는 것이 최근 사회과학자들의 실험을 통해 새롭게 증명됐다. 인간들이 상식 밖의 결정을 한다는 것을 증명한 MIT의 행동경제학 교수이자 세계적 경제학자 댄 에리일리의 주장(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이다.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괜찮게 보이고 싶은 사회적 욕구가 있지만 한 편으로는 남을 속이더라도 경제적 이득을 보려는 욕심이 웅크리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 것이다.
주변의 감시가 없다면 누구나 자신의 도덕적 기준을 약간씩 무시해 가면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하고 행동한다. 그것이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대다수의 사소한 약간의 부정 행위가 정말 거대한 악을 행하는 극소수의 행위보다 이 사회에 훨씬 큰 피해를 입힌다는 것이다.
끊이지 않는 미성년자 성폭행, 살인, 거대 금융기관 종사자들의 고객을 상대로 한 부정행위, 그리고 정치권의 자기들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뻔뻔스런 거짓말. 도대체 이런 부정직하고 부도덕이 판을 치는 사회지만 따지고 보면 작고 사소한데서부터 비리는 발생한다는 논리인 듯하다. 통영이나 제주 올레길의 살인범들도 평소엔 인상좋은 이웃집 아저씨였다. 사건이 난 제주도 올레길을 폐쇄하고 뒤늦게라도 CCTV를 설치한다니 두고 볼 일이다. 냉장고에 음식물 쓰레기를 보관하더라도 스스로 일탈을 제어하고 주위의 비행을 서로 감시하는 것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개인 모습이라면 이 여름이 더욱 무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