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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되는 양극화속의 20-50클럽

등록일 2012-06-25 20:55 게재일 2012-06-2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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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우 편집국장

우리나라가 20-50클럽에 가입했다. 국민소득 1인당 2만 달러 시대에 진입한데 이어 인구도 드디어 5천만 명을 돌파한 것이다. 개인은 5천만분의 1로 더욱 왜소해졌다는 다른 의미다. 경제적으로 힘든 서민들이 더욱 많아질 것임을 예고하는 듯하다. 국민총생산 2만 달러 시대를 그냥 바라만보고 있어야 하는 양극화의 음지는 더욱 두터워진 것이다.

중산층 몰락의 상징처럼 된 하우스 푸어만 보더라도 그 숫자가 해마다 늘고 있다. 하우스 푸어는 집을 빼고 나면 모든 자산을 처분해도 빚을 갚을 길이 없는 이들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0년 기준 국내 하우스 푸어는 적게는 108만(374만명)에서 많게는 157만가구(549만명)로 추정했다. 8~11%의 국민들이 하우스 푸어인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하우스 푸어`가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란 점이다. 여론조사기관이 최근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가주택 소유자의 48.2%가 `나는 하우스 푸어`라고 응답했다. 이는 2010년의 29.9%보다 거의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만큼 하위 빈곤층이 두터워지면서 그들이 상위 계층으로 진입할 수 있는 사다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데 있다. 몇 년 전 뉴욕타임스의 탐사보도를 번역한 `당신의 계급 사다리는 안전합니까`라는 책에서 그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물론 미국 이야기이지만 우리나라가 양극화에 있어서 미국과 너무나 닮아 있기에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한국은 미국에 이어 불평등 구조가 가장 심한 국가로 드러났다.

미국에서는 하위 계층의 사람들, 가난한 환경에서 출발해도 자기만 열심히 노력하면 상위 계급으로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믿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가능성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연구 결과다. 말하자면 계급이 사회적으로 더욱 고착화되고 있다는 말이다. 소비패턴, 문화적 관심, 직업 선택과 출세의 기회, 주거생활, 교육과 결혼의 기회에 있어서도 계급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가난하고 힘없는 하층민들에게는 상류 계급으로 올라갈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통계가 뒷받침하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심지어 건강까지도 계급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병은 평등하지만 그 회복은 계급에 따라 불평등하다는 슬픈 현실이다. 결국 하층계급보다는 중간계급이, 중간계급보다는 상급계급이 더 건강하고 더 오래 산다는 말이다. 이건 통계적으로 증명됐다. 여기서 계급은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말한다.

개코원숭이(비비) 무리의 두목은 다른 수컷들에 비해 병에도 잘 걸리지 않으며 병에 걸리더라도 다른 녀석들보다 빨리 회복된다고 한다. 미국 노터데임 대학 연구진들이 케냐 암보셀리 국립공원에서 지난 27년간 연구 조사한 결과라니 믿을 만하다. 연구에 따르면 우두머리 원숭이는 일반 원숭이들보다 지위에 따른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지만 대신 스트레스의 부정적 요인들로부터 수컷을 보호해 준다고 결론냈다.

계급이 높을수록 병으로부터 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과는 다른 것이다. “천석꾼은 천 가지 걱정, 만석꾼은 만 가지 걱정”을 들먹이곤 했는데 그게 부자들의 엄살이고 못 가진 자들의 자기 위안임이 드러났다고나 할까.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고민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것으로 알고 위안으로 삼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더구나 교육이나 노력이라는 계급상승의 사다리가 줄어들고 배경이나 연줄이 여전희 힘을 쓰는 우리나라다. 양극화의 그늘이 더욱 짙어지는 사회, 한국이 20-50 클럽에 가입했다는 뉴스가 우울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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