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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에 의한 자살이 분명한데…”

김세동기자
등록일 2012-06-08 21:48 게재일 2012-06-0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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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회피하는 교육계에 할 말 잃어<br>`영주 자살 중학생' 부모 아직도 충격과 악몽에
▲ 이군의 어머니 장씨가 기자와 인터뷰 중에 자신의 휴대전화에 남겨진 아들군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눈시울을 적셨다.

"사랑하는 아들 00야, 부디 폭력없는 저세상에서 극락왕생하거라"

지난 4월 16일 동급생의 괴롭힘에 유서를 남기고 투신 자살한 영주의 중학생 이모(14)군의 부모들은 자식을 가슴에 묻고 49재를 지나고서야 기자에게 말문을 열었다.

지역에서 학교 폭력으로 8번째 희생자가 생긴 이후다.

지난해 말부터 학교 폭력 대책이 쏟아졌지만 아이들의 희생은 계속됐고 특히 피해자의 부모와 가족들의 고통은 치유되지 않고 상처도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이군의 어머니 장모(42)씨는 7일 기자에게 “우리 아들은 학생정서 행동발달 성별 검사에서 걱정 지수가 높다며 상담을 받아 볼 것을 요청 받은 사실은 있지만, 언론에 비친 것처럼 자살 고위험군이란 용어는 들은 적이 없다” 며 학교와 사회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아들이 정신병 치료를 위한 권고를 받은 적도 없고 치료를 받은 적도 없다며 아이의 죽음에 대해 관련 교육기관은 물론 이 사회가 도의적인 책임과 사과 한마디 않은 채 아이의 죽음을 정신병 탓으로 몰아가는 현실에 분노를 금할 길 없다며 단호하게 말문을 열었다.

지난 2일 49재에서 보였던 눈물이 아직도 마르지 않고 있었다.

아들은 유서에서 밝힌 바와 같이, 경찰 조사에서도 밝혀졌듯 학교 폭력에 의한 자살이 분명한데도 자살 고위험군이라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기성세대의 비열한 처사는 우리 아들을 두 번 죽이는 짓이며 학교폭력 척결을 부르짖는 교육계의 목소리는 요식적인 행위로 도의적 책임마저 지지 않으려는 현실 호도라 지적했다.

만약 아들이 자살 고위험군에 속한 위험성이 높았던 학생으로서 문제점이 있다면 왜 교육 당국은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지 않았는지 되묻고 싶다는 것이다.

행동 정서 발달 검사에서 걱정지수가 높아 상담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라 2차례의 상담을 시도했지만, 촉탁 의사의 부재로 면담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지난해 9월 영주교육지원청 Wee센터 상담사를 통해 면담 상황을 종료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는데 이는 곧 우리 아들에게 자살 고위험군이라는 교육계의 주장과는 달리 상화에게 문제점이 없었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자살 고위험군이란 단어 하나가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주는 심적인 부담과 충격은 겪어 보지 못한 이들은 이해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장씨는 자식을 앞세운 부모들의 심정은 아랑곳없이 하나의 이야기 거리로 만드는 언론 보도에 불편한 심정도 내비쳤다.

최근 아들의 사고를 두고 자살 고위험군에 의한 것이라는 주변의 이야기와 사회적 반응을 접할 때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죽고 싶은 심정이 든다며 아들의 죽음을 매도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사고 이후 아직 학교 측과 영주교육지원청이 공식적인 도의적 사과문 하나 발표하지 않은 것은 도의적 책임마저도 지지 않으려는 태도라며 이런 교육계에 기대할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혼란스럽다 밝혔다.

사고 발생 며칠이 지나지 않아 아버지 앞으로 걸려온 학교 측 문자 메시지 중 “이번이 4번째 연락입니다, 5분 후에 다시 전화할테니 받아주시길 바랍니다”란 연락이 있었다며 이는 자신들의 행위를 합리화하려는 수단이 아니냐며 사고 수습에만 급해 유가족들의 아픔은 고려하지 않은 행동이라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군의 아버지는 사고 당시 전화를 받았던 충격으로 현재도 모르는 전화는 받지 않을 만큼 사고 당시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군의 어머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행동 정서 발달검사는 아이들의 미래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고려해 부모의 동의 및 제도적 개선을 통해 보다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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