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아서 아슬아슬한 갑각 아래 느리고 미끌미끌하고 부드러운 길
슬픔이 흘러나온 자국처럼 격렬한 욕정이 지나간 자국처럼
길은 곧 지워지고 희미한 흔적이 남는다
물렁물렁한 힘이 조금씩 제 몸을 녹이며
건조한 곳들을 적셔 길을 냈던 자리 , 얼룩
한때 축축했던 기억으로 바싹 마른자리를 견디고 있다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 지나온 길을 돌아보자. 어떤 분비물이 흔적으로 남아있는지. 달팽이처럼 격렬한 욕정이나 깊디 깊은 슬픔의 길을 걸어왔을지 모르는 우리 한 생의 뒤를 돌아보자. 그리고 얼룩, 한 때 축축했던 기억이 남아있는지 가만히 우리를 들여다 볼일이다. 이 아침.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