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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표 결집시키는 이정희 진보대표

등록일 2012-05-14 21:34 게재일 2012-05-1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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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우 편집국장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후보들이 전원 사퇴하라는 전국위원회의 권고를 거부하면서 드러난 진보세력의 추태가 거의 이적행위 수준이다.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이 자체 조사결과 부정선거로 나타나자 부실 조사 탓으로 돌리며 일주일 이상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 사이 진보세력의 온갖 추태와 속살들이 여과 없이 세상 빛을 보게 됐다. 바깥 사람들에게는 좌파 세력의 이념이나 주장보다 섬뜩하기까지 한 그들의 태도가 보수 지지 세력들을 더욱 결집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 중심에 있는 이정희 대표. 그는 13일 최악의 폭력사태로 끝난 중앙위원회와 관련, “저는 죄인”이라며 “이 상황까지 오게 한 무능력의 죄에 대해 모든 매를 다 맞겠다”고 했다. 그는 전날 열린 중앙위 시작 전 공동대표직을 사퇴했다. 이에앞서 그는 지난 4일에는 무려 19시간이나 철야 마라톤회의를 진행했다. 이 중 15시간동안 사회를 보면서 부정선거의 책임을 지고 비례대표 후보 전원 사퇴라는 지도부의 요구를 회의 의사진행을 방해해가며 지켜냈다. 이런 이 대표에게 보수 세력들은 물론 진보세력을 지지해 온 일부 인사들도 혀를 내둘렀다.

1969년 12월 생. 43세의 중년. 두 아이의 엄마다. 나는 그를 직접 만난 적이 없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본 이정희 의원의 모습은 촌스러운 생머리를 여고생처럼 짧게 깎고 화장기 없는 맨얼굴에 단호한 이미지다. 똑 부러지는 말투. 진보의 대표주자이자 촉망받는 차세대 여성 리더다. 그의 홈페이지 프로필 중에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학력고사 인문계 여자 전국수석), 서울대학교 총여학생회장`이 적혀있다. 38회 사법시험 합격, 민변 열성 변호사. 6·2 지방선거 한명숙 서울시장후보 공동선대본부장과 10·26 재선거 박원순 서울시장후보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은 경력의 소유자다.

지난 1월 포항의 한 수협은 이사를 뽑는 선거를 하면서 투표권자인 대의원들을 합숙시키고 개별적으로 투표 방법을 교육시켜 부정투표를 했다가 몽땅 법의 심판을 받았다. 당시엔 투표권자가 한정돼 있어서 개인별로 투표용지의 표기 방법을 정함으로써 사실상 공개 투표를 한 꼴이 됐던 것이다. 조합 이사를 뽑는 선거였는데도 모두 법정에 서야 했다.

거기에 비하면 통합진보당의 이번 사태는 당내 경선이라지만 사실상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였다. 그 경선이 총체적 부정으로 얼룩졌고 그 증거가 내부 조사에서 드러났는데도 거부하는 이정희 대표에게 국민들은 경악한다. 이 대표 스스로 자신의 홈페이지에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다른 사람 말을 귀 기울여 듣는 사람인지 본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대표는 자기에게 기분 좋은 말만 듣는 사람이란 말인가.

진보 세력이 보수 세력보다 생각이 젊고 그래서 늘 시대의 맨 앞장을 서 왔던 그들이라고 믿었다. 경험이 없더라도 깨끗할 것이고 그러면 미래가 있을 것이고 적어도 우리 정치에 자극제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들의 기득권, 당권을 지키기 위한 변명과 행태는 억지와 해괴한 논리와 물리적 강제력에 있었다. 그 때문에 그들에게 보내지던 지지층마저 실망하고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표가 아깝다”거나 “이 꼴을 보려고 찍어준 건 아니다”는 반응이 그것이다.

보수세력을 결집시키고 의심하는 중도 세력에도 반대 명분을 확실히 해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이 나라는 다시 이데올로기와 색깔 등을 기준으로 이분법적 판단이 들어설 기세다. 진보 세력의 최근 작태는 여기에 분명히 기준을 제시하면서 그들이 증오하고 경멸하는 보수 세력을 오히려 도와 준 셈이 됐다. 이런 손실과 비난 속에서도 통합진보당으로서 지켜야 할 더 큰 가치가 있다는 것을 국민들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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