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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 ... 신 경 림

등록일 2012-05-04 21:12 게재일 2012-05-0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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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 같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노시인의 인생을 달관하는 정서가 진하게 깔린 작품이다. 삶과 죽음에 초연한 마음으로 여생을 결산하는 목소리가 깊고 그윽하다.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다고 하는 부분의 어리석은 사람 하나는 바로 시인 자신일 것이다. 무욕의 삶을 살아온 시인의 목소리가 오늘 아침 바람 속에 선명하게 들려온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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