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갑은 새누리당의 대표적인 경제통인 3선의 이한구 의원이 포진한 곳이다. 여기에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자 3선의원인 김부겸 후보가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도 군포지역을 떠나 도전장을 던졌다. 진보신당 이연재 후보도 18대 총선에 이어 이한구 후보에게 다시 한번 도전에 나섰다. 이 지역은 뭐니뭐니해도 대구 수성갑에 도전장을 던진 민주통합당김부겸 후보의 도전 성공 여부가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한구 후보 - 학자 이미지 벗고 유세차서 율동 `파격`
추적추적 비가 내리면,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사람은 힘이 빠진다. 선거용 명함을 나눠주어도 받아가는 사람도 없거니와 후보자의 동선은 제한되기 마련이다. 그렇다 해도 13일간의 금쪽같은 선거기간 중 하루를 빼먹고 놀수는 없다. 수성갑 이한구 후보의 선거사무장은 “비가 온다고 선거운동을 하지 않으면 바로 티가 난다. 이런 날은 유세차를 이용해서 최대한 움직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수성갑 이한구 후보는 범어네거리에서 유세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도로를 향해 꾸벅 인사하는가 싶더니, 이내 로고송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동안 `학자 스타일`의 이미지를 유지해 온 이한구 후보로서는 파격적인 모습인 셈이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이러한 이 후보의 모습을 신기한 듯이 쳐다본다. 만촌동에 산다는 20대의 한 여성은 “그동안 TV나 언론을 통해서 이한구 의원의 모습을 보기는 했었다”며 “선거라는 것이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라는 느낌은 있지만 딱딱하던 모습의 국회의원이 춤을 추고 있으니 신기하기는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지역 상대인 민주통합당 김부겸 후보에 대해서는 “정당색을 버리고, 대구 사람으로 동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대구는 한국전쟁에서 나라를 수호한 지역으로, 극진좌파주의가 보여서는 안된다”며 “호남색으로 물들어 있는 김부겸 후보의 지지세는 이 지역의 좌파 지식인들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제가 한 일은 지난 8년간 경제발전을 위한 새로운 산업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면서 “이제는 그 기반 위에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디지털, 소프트웨어 등의 일자리를 유치하는 것으로 꽃 피우고 열매 맺는 일만 남았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역임한 이 후보는 31일에는 서울로 상경, 당을 대표해 모 방송국 심야토론 프로그램에 나갔다. 그는 토론 프로그램에서 야당의 `방만한 복지정책`을 수행할 재원마련 방안을 날카롭게 따져 묻는 등 `새누리당 경제통`다운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김부겸 후보 - 탤런트 딸 윤세인씨와 `게릴라식 유세`
“제 선거운동의 골자를 얘기하면 선거운동기간 내내 유세차를 타고 지역구 관내를 돌며 가족과 친구들과 얘기할 거리를 주는 것입니다. 즉, 20여년 동안 새누리당이 정치적인 독점을 했는 데, 지역에 무엇이 달라졌느냐는 거죠. 일종의 화두를 던지는 겁니다.”
1일 오후 수성구 고산동 시장앞에서 만난 김부겸 후보는 “선거운동을 어떻게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김 후보는 이어 “대구가 바뀌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서로 경쟁시켜야 발전한다”면서 “여·야당이 서로 잘하려고 노력해야 대구가 발전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평일에는 수성구 신매역에서 출근길 인사로 선거운동을 시작해 온 김 후보는 일요일인 이날 오전, 수성구 관내 교회앞에서 신도들에게 명함을 돌리는 일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범어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그는 오후부터 다시 유세차를 타고 고산동, 범어동, 만촌동, 황금동 등 관내 12개 동지역을 누비기 시작했다. 그는 관내 구석구석을 누비며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유세차를 세워둔 채 약식 유세를 펼쳤다. 이른바 `게릴라 콘서트식` 유세다.
이날도 탤런트인 딸 윤세인씨(본명 김지수)가 오전 내내 아버지 대신 다른 교회앞에서 선거용 명함을 돌린 후 오후에는 김 후보와 합류해 선거운동에 나섰다.
윤 씨는 “아빠를 돕기위해 개인적인 일정을 모두 미뤘다”면서 “인물을 보고 투표해달라”고 호소했다.
시지동의 한 시장골목에서 만난 50대 중반의신사가 김 후보에게 물었다. “대구발전을 위한 공약이 뭐냐?” 질문을 받은 김 후보는 “대구발전을 위해 대기업을 유치해야한다는 식의 공약을 하는 분이 있는 데, 이는 거짓말”이라고 말을 받은 뒤 “대구는 소프트웨어와 두뇌집적 융복합산업을 발전시키고, 전통산업에 첨단산업을 복합시키는 고기능성 섬유산업에 투자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수성구의 경우 특히 교육에 관심이 많은 지역이지만 그만큼 사교육이 극성이어서 학부모들이 힘들다. 공교육을 정상화해 명품교육특구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최근에는 김후보의 맞춤형 공약을 내 건 플래카드가 화제다.
`도시가스 보급 확대, 자부담 최소화`라든가, `고압송전탑 철거 지중화`같은 지역주민들이 가장 원하는 숙원사업에 대한 공약이다. `왜 국회의원이 구의원이 걸 공약을 내거느냐`고도 했지만, 김 후보는 “다 하고 있으면 왜 굳이 우리가 공약을 했겠느냐. 지역 정치권이 새누리당 일색이지만 정작 주민이 원하는 실질적 문제 해결은 되는 게 없다. 앞으로 국회의원이 앞장서 지역구민의 살림살이를 챙기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 주겠다”고 별렀다.
이연재 후보 - `상황극 퍼포먼스` 타 후보에도 웃음 선사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진보신당 이연재(49) 후보는 1일 오전 7시 범어로터리와 어린이대공원 부근에서 가두인사를 시작으로 오후 7시까지 일정이 빡빡하다.
황금 같은 주말을 놓칠 수 없기에 이날 가두인사도 13명의 선거운동원과 자원봉사자와 함께 횡단보도 신호가 오기 전에 펼치는 현실 상황을 빗댄 상황극 형식의 퍼포먼스를 실시했고, 재밌는지 타 후보자의 선거운동원도 잠시 선거 유세를 중단하고 간간이 웃음을 내비칠 정도다.
이어 오전 8시 일요일 등산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욱수골에 도착한 이 후보는 일일이 명함과 악수를 건네며 수성구를 지켜온 토박이임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일부 등산객은 “이번만 찍어주고 다시는 안찍는다”라는 으름장을 놓기도 했고 “이번엔 한번 해볼라카이 고마 서울서 내려와가 현수막처럼 정말 속 터지겠다”라며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 후보가 내건 현수막인 `속 터집니다`에 대한 유권자의 이런 반응에 이연재 후보는 “그동안 대구의 여러가지 현실이 속 터질 정도여서 이를 바꾸겠다는 의미인데 유권자들이 이렇게 해석할 줄은 몰랐다”며 “이러다 동정표가 몰리는 것 아니냐”고 웃는다. 그것도 잠시 선거본부장이 곧바로 소매를 끈다. 오전 9시까지 욱수성당에 가야 한다는 것.
이 후보는 성당 입구에 서서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미사참례 신자를 상대로 명함 돌리기와 악수를 했다.
오전 10시45분 매호성당에 도착했지만 조금 늦은 바람에 이미 신자들은 모두 미사 참례에 갔고, 이연재 후보는 6명의 운동원을 유세차량에 태워 시지 일대를 돌아보라고 한뒤 나머지 인원과 함께 미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마침 맞은편 아파트 11층에서 50대로 보이는 주민이 창을 열고 “이연재 후보 화이팅”을 외치자 이 후보도 자연스레 힘있게 오른손을 치켜들고 응답했으며 이어 성당앞을 지나가던 40대 초반의 여성은 승용차 문을 열고 오른손을 흔들었다. 이연재 후보는 이럴때 큰 힘을 얻는단다.
대구 수성갑 선거구 야권단일화 문제에 대해 묻자 “경선방법에 대한 시각차가 커서 힘들 것”이라며 “만일 김부겸 후보가 나를 밀어준다면 전국적인 이슈가 되고 이번 선거에서는 반드시 승리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파괴력이 크지 않을 것” 이라고 답했다.
/박순원기자ㆍ김진호기자ㆍ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