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신공항 유치운동은 쇼였다

등록일 2012-02-20 21:49 게재일 2012-02-20 23면
스크랩버튼
▲ 이경우 편집국장

새누리당이 남부권 신공항 사업을 총선 공약에서 빼기로 했다. 신공항 사업을 새누리당 총선 공약에 넣어야 한다는 지역민들의 주장은 없던 일이 되어 버렸다.

지난해 3월30일. 신공항 입지선정평가위원회는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모두 경제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을 들어 신공항 백지화 결정을 내렸다. 지역 여론은 들끓었다. 1년 남은 “내년 선거 때 보자”고 별렀다. 당시 중앙 언론들도 “언제 너희들이 공약보고 찍어줬니? 선거 때 신공항이 공약으로 나오기라도 했나? 작대기만 꽂아두면 당선시켜 주었잖아.” 그러면서 선거 때 지켜보겠다고 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3일 “남부권 신공항 건설 공약과 관련, ”명칭에 있어 특정 지역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비대위 전체회의에서도 “신공항 건설은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이고 그래서 이것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지만 지금까지 결정된 것은 하나도 없다”며 “신공항을 의미하는 것이지, 무엇을 붙이거나 입지를 말한 것이 아닌데 그 부분을 유념해 달라”고 덧붙였다. 다분히 수도권과 부산 쪽 눈치를 의식한 발언이었다.

이에앞서 지난 9일 박 비대위원장은 지역 언론과 가진 간담회에서 “(지난 대선에서) 약속된 것인데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며 “남부권 신공항은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총선과 대선에서 공약으로 다시 세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분명하게 공약으로 내세우겠다고 약속하진 않았다. 호쾌하게 공약으로 하겠다는 분명한 답을 기대했던 지역민으로서 섭섭하지 않을 수 없다.

김범일 대구시장이 지난해 6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아쉬워했던 것은 동남권 신공항이 무산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백지화 발표 후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토로했다. 심지어는 “시민들이 신공항을 열망하던 모습이 자꾸 떠올라 눈물이 났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밀양과 가덕도로 양분된 후보지를 단일화 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며 “영남권이 한 목소리를 내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도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인천과 경쟁하기 위한 허브형 국제공항을 말하는데 지역이기주의로 흐른 면도 있음을 시사했다. 김 지사는 “영남권 5개 지자체가 후보지 단일화를 하지 못하고 쪼개져버린 책임은 영남권 자치단체에 있다”고 실토하고 “이를 반성하지 않으면 재추진하더라도 성공하기 어렵다” 고 쓴소리를 했다.

남부권신공항범시도민추진위원회는 지난 해 신공항의 백지화가 대구 경북지역과 부산으로 양분된 지역 의견 때문이었음을 인정했다. “신공항 백지화의 빌미를 제공한 지역 갈등이 또다시 빚어지지 않기 위해 밀양을 고집하지 않고 명칭도 `국토 제2 관문공항`으로 양보한다”고 밝혔다. 통렬한 반성에서 내린 결론이다. 처절한 실패를 경험한 뒤 얻은 지혜라고 보고 싶다.

병법에도 있다. 진정으로 얻고 싶으면 포기하라는 것이다. 잡으려면 먼저 놓아주어라. 제갈공명이 맹획을 잡았다가 놓아주었듯. 대구는 그렇게 통 큰 결단을 했다. 진정으로 신공항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포전인옥(抛塼引玉). 벽돌을 포기하고 옥을 얻는 것이다. 밀양도 포기하고 이름도 동남권에서 남부권으로 바꾸겠다. 모든 것을 버릴 각오를 하고 오직 신공항만 얻겠다는 결기가 시퍼렇다.

부산은 대구의 이런 병법을 부산을 무장해제 시키려는 얕은꾀로 치부하는 모양이다. 어디가 되든 제2의 국제공항을, 신공항을 하나 만들어야 한다는 절실함을 부산은 외면한다. 여기에다 부산 표가 다급해진 새누리당은 이번에도 부산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제는 대구 경북의 결정이 남아 있을 뿐이다. 과연 지난 해 신공항 유치를 염원했던 그 열기가 쇼였던가를 가름하는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페리스코프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