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점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 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일제 강점기의 한(恨) 많은 삶을 산 어느 여인의 일생을 제재로 상실과 비애로 점철되는 우리 민중들의 비극적인 삶을 적은 백석의 대표작이다. 이러한 비극적이고 한스러운 삶이 어디 일제 때 뿐이겠는가. 경우와 정도가 조금씩 달라도 우리네 삶도 이런 아픔을 안고 건너가고 있는 건 아닐까. 읽을 때마다 명치끝이 먹먹해지고 까닭모를 서러움에 먼 데를 쳐다보게 해주는 시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