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보다 무서운 것이 곶감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우리 속담에 “곶감 빼(뽑아) 먹듯” 한다는 말은 애써 알뜰히 모아 둔 재산을 조금씩, 조금씩 헐어 써 없앰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제사를 모실 때는 곶감이 약방에 감초만큼이나 꼭 있었다. 지금은 경북 상주 등 여러 곳의 곶감 전문 공장에서 감을 깎아서 건조시켜 다양한 상품이 만들어져 시중에 많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는 초겨울 날씨가 갑자기 추워 감이 얼어서, 올해는 초겨울 날씨가 너무 따뜻해 곶감의 생산량도 줄어 예년보다 가격이 비쌀 것 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금은 꼭지를 그냥 두고, 대량으로 깍은 감을 공기(바람)가 잘 통하는 누마루 같은 곳에 감꼭지에 줄을 메달아 수직으로 쭉 늘어 떨어 말린다.
고향 동네에는 큰 감나무가 집집마다 1~2그루씩 집안에 있었다. 지금도 고향집 마당 끝자리에 늙은 감나무가 있는데 토종 감(땡감)으로 농약은 치지 않으나, 감의 크기는 지금의 단감보다 작았다. 늦가을이나 초겨울 가을걷이가 끝나고, 볼이 붉고, 서리가 내리면 감을 따서 곶감을 만드는데, 감 껍질도 버리지 않고 말려서 간식거리로 그냥 먹기도 하고, 시루떡에 넣어 먹기도 했다. 집집마다 2~3접은 족히 만들어 작은 소일거리가 되었든 것 같다.
하얀 서리가 뽀얗게 내리면 얼지 않은 감은 단맛이 들어, 그냥 먹어도 그렇게 떫지 않고 먹을만 했다. 지금은 단감이 흔해 날(땡)감으로는 먹지 않고, 일손이 부족해 곶감 감과 홍시를 만들 감만 일부 따고 나머지 많은 감은 까치밥으로 남겨둬 까치가 좋은 세상이 된 것이다.
지천명을 조금 지난 나이지만 지금도 명절이나 제사 때 어머니가 만들어 두신 곶감이 있으면, 손과 입에 하얀 분을 묻혀가며 딱딱한 곶감을 곧 잘 먹는다. 다가올 설에도 어머니의 마음이 담긴 곶감 먹을 생각을 하니 마음은 벌써 고향에 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