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사실상 영남권의 다선·고령 의원들을 겨냥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영남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파열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의도연구소 “고령의원 출마포기 필요”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는 내년 4월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새로운 인물을 대거 영입하고 고령의원들의 자진 출마포기 등이 필요하다는 요지의 내부 전략 문건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에는 지역 의원으로 이상득(경북 포항남·울릉) 전 국회부의장과 홍사덕(대구 서구) 의원, 박종근(대구 달서갑) 의원, 김태환(경북 구미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특히 대대적인 외부인사 영입으로 불리한 선거환경을 극복한 15대 총선과 고령의원 20여명의 자진 출마포기 선언 등의 쇄신으로 기사회생한 17대 총선을 전략적으로 벤치마킹하거나 잘 응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대적인 물갈이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정두언 여연 소장은 “내년 총선 필승전략은 결국 인물론”이라면서 “누가 봐도 경쟁력 있다고 할 수 있는 인물들을 대거 영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잠룡들도 물갈이론에 가세
정몽준 전 대표는 8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공천 물갈이론에 대해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를 보면 1년 단위로 선수가 바뀐다”면서 “4년에 한번 하는 인사이므로 가능한 한 최대한 많이 바뀌는 게 좋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계파 정치는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고 국민은 선거 때 어느 계파인지도 모르고 찍는데 계파에 따라 움직인다면 국민을 속이는 행위”라며 “당내 계파가 없어져야 쇄신·변화가 가능하고 중요한 것은 공천혁명인데 이 역시 계파가 없어져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문수 경기지사도 전날 “안전지대로 분류되는 서울 강남이나 영남 지역에서 50% 이상 물갈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남권 의원 반발
공천물갈이론이 영남권 다선 및 고령의원들을 사실상 겨냥하자 해당 의원들의 반발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한구(3선·대구 수성갑) 의원은 `강남·영남 50% 물갈이` 주장에 대해 “지역마다 사정이 다를텐데 영남이니 어쩌니 잣대를 갖다대는 것은 너무 자의적”이라고 주장했다.
박종근(4선·대구 달서갑) 의원은 “인위적 물갈이는 맞지 않다”면서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무조건 물갈이해야한다는 발상은 아주 비민주적”이라고 비판했다.
재선의 김태환(68·경북 구미을) 의원은 “젊은 사람은 무조건 공천을 줘야 하고 나이 많은 사람은 무조건 안된다는 그런 논리가 세상에 어딨냐”면서 “17대 공천 당시에도 나이많은 의원, 다선 의원 자르면서 공천이 엉망진창 되지 않았느냐. 이런 인위적 기준을 들이대는 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공천물갈이론 및 참신한 인재영입 등 당내 일각에서 공론화되고 있는 쇄신방안에 대해 9일부터 3주연속 의원총회를 통해 논의키로 해 이 과정에서 격론이 예고되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공천 물갈이론에 대해 “순서가 잘못됐다. 지금은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지금은 국민이 힘들어 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국민의 삶에 다가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창형·박순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