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을 땅에 묻고 돌아오네
안개꽃 몇 송이 땅에 묻고 돌아오네
살아 평생 당신께 옷 한 벌 못 해주고
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 벌 해 입혔네
당신 손수 베틀로 짠 옷가지 몇 벌 이웃에 나눠 주고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돌아오네
은하 건너 구름 건너 한 해 한 번 만나게 하는 이 밤
은핫물 동쪽 서쪽 그 멀고 먼 거리가
하늘과 땅의 거리인 걸 알게 하네
당신 나중 흙이 되고 내가 훗날 바람 되어
다시 만나지는 길임을 알게 하네
내 남아 밭 갈고 씨 뿌리고 땀 흘리며 살아야
한 해 한 번 당신 만나는 길임을 알게 하네
서정성 깊은 시를 쓰는 시인이 겪은 사랑하는 아내를 저 세상으로 보내고 그녀를 그리워하는 애틋한 정서가 넘치는 안타까운 작품이다. 아내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삶의 무거움을 새로이 깨닫게 되고 자칫 엄청난 감상에 빠져 중심을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그 슬픔을 감당해 내려는 극복의 서정과 희망의 정서도 잘 표현된 시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