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어눌한 북한말투의 여자가 “서울 농협 역삼동 지점인데 왠 여자가 선생님의 통장을 들고와서 돈을 인출하려는 것을 잠시 대기 시켜 놓았는데 다른 사람에게 통장을 줘 인출하게 한 적이 있느냐”고 물으면서 주민번호까지 알고 있었다.
단번에 사기전화라는 것을 짐작했지만 내 주민번호까지 알고 있는 것으로 보아 수법이 예사롭지 않이 더 알아보려고 “그런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상대방은 “아마 누군가가 통장을 훔쳐 현금을 인출하려는 모양인데 전화하는 동안 도망갔다”며 자신이 경찰서에 신고하겠다고 했다. 잠시 후 이번에는 남자가 전화를 걸어 왔다. 역시 서울 전화번호로 자신은 강남경찰서 사이버수사대 경장 박○○라고 했다. 전형적인 보이스피싱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계속 건성으로 대꾸했더니 상대방은 결국 자신의 의도가 먹히지 않았음을 알았는지 대뜸 욕을 해댔다.
얼마 전, 보이스 피싱 피해가 심각해지자 정부에서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국제전화인 경우 `국제전화입니다`라는 메시지가 현출되도록 했는데 나름대로의 효과가 있었다. 그러자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은 인터넷 전화를 이용해 발신번호를 조작하고 있다. 조작된 전화번호도 자신들이 사칭하는 농협이나 경찰서의 전화번호를 입력하기 때문에 왠만한 사람은 속을 수밖에 없다.
최근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가 해킹을 당해 3천50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 신상정보가 해킹을 당했다 하고, 중국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간단하게 한국인 수천만명의 가입자 신상정보를 빼낼 수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사기범들의 수법은 지능·고도화 되어 가는데 이에 대한 예방대책은 각종 매체를 통한 홍보에만 의존하는 등 아날로그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민들을 괴롭혀 온 보이스피싱에 대응해 IT강국에 걸맞는 특단의 방어조치를 세워야 할 때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