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기 막히는 대구보건대 교수채용 비리

김영태기자
등록일 2011-07-01 20:42 게재일 2011-07-01 4면
스크랩버튼
대구보건대 교수 채용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이 경찰 수사관들까지 기절초풍케 하고 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로인한 모든 피해는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올 초에는 호텔외식조리학부 교수 채용 공고를 내고 심사까지 했으나 지원자 7명을 모두 탈락시켰다. 그리고는 시한이 지나 뒤늦게 원서를 낸 김모(43)씨를 전임교수로 채용했다. 이 과정서 학교측은 외부 심사위원이 응시자 8명 중 꼴찌라고 점수 매긴 김씨의 채점표를 종합 1위로 위조했다.

올해 초 치기공과 교수로 지원한 이모(37)씨의 경우 아직 석사학위도 받지 않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조건에 맞지 않았다. 때문에 1·2차 심사에서 최하위로 처리됐다. 그런데도 임용된 사람은 이씨였고 교수가 됐다.

올 초 간호학과 교수에 지원한 김모(30)씨도 박사학위 미소지자임은 물론 교육경력조차 미달해 심사위원 채점에서는 종합 19위에 그쳤다. 하지만 학교 측은 점수를 고쳐 9위로 끌어올린 후 합격처리했다.

지난해 성인간호학과에 지원한 송모(38)씨는 박사학위가 없어 자격미달자였다. 1차 심사위원 전원도 전공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결론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지역사회간호학 전공자라며 임용한 후 성인간호학을 강의하도록 했다.

올 초엔 김모(38)씨가 임상병리과 임상경력 미달임에도 대학병원 의사로 쓴다며 심사없이 임의 임용됐다. 작업치료과 구모(51)씨는 고고학 전공자여서 연구실적이 부적합한 등 자격 미달임에도 1차 심사조차 거치지 않은 채 임의 채용됐다.

심지어 전문대 졸업자이자 전혀 다른 전공을 한 사람이 교수로 임용된 경우도 있었다. 우리나라 전문대에 준하는 미국의 컬리지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게 최종 학력인 미국인 J(37)씨가 주인공이었다. 그는 원서를 내거나 채용 심사조차 받지 않았지만 전공과 상관조차 없는 안경광학과 전임교원으로 뽑혔다.

지난 해 초에는 대학 직원 4명이 유아교육과 등 4개 과 교수로 채용되기까지 했다. 그 중 권모(45)씨는 일반행정학 석사 학위를 갖고 자치경찰제 관련 논문을 제출하고도 보건행정학과 교수에 임용됐다. 권씨는 그 후 자격증도 없이 워드프로세서 등의 과목을 맡아 강의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로 임용된 다른 직원들은 채용 응모나 심사 과정은 물론 연구 실적도 없었지만 총장 또는 기획실장 면담을 통해 `1년 이내에 연구 실적을 제출한다`는 서약서만 제출하고 교수로 임용됐다.

현장 사정이 이런데도 대구보건대는 교육과학부의 교육역량강화사업 우수대학으로 선정돼 국민의 세금으로 주는 국고보조금 43억5천700만원을 받기까지 했다. 많은 교수를 채용한 것도 그걸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 2010년 1학기에 15명, 2학기 18명, 2011년 1학기 23명 등 모두 56명을 신규로 채용해 전임교원 확보율을 37.7%로 끌어올리면서 전국에서 53위를 차지한 것이다. 하지만 그 중 23명은 무자격자이거나 연구실적이 없는 것은 물론 지원서조차 내지 않은 사람의 부정 채용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랫동안 대구보건대 사건을 수사해 온 대구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어제(30일) 보건대 남성희(55·여)총장, 김한수(53) 기획조정실장, 전현직 인재개발팀장 등 4명을 업무상 배임 및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입건했다. 주로 교수 임용 비리가 적용됐으나, 보건대로서는 설립 불가한 대학병원을 만든다며 학교 돈 수십억원을 빼돌린 사실도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 외에 경찰은 일부 자금이 사적 용도로 사용됐다는 진정서와 계좌내역 등도 확보해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

사회 기사리스트

더보기 이미지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