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 등 민생 현안 여야 부담
빠르면 대통령 해외순방전 이뤄질듯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13일 반값 등록금 등 민생경제를 논의하기 위한 영수회담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제의했고, 청와대는 사실상 수용 의사를 밝혔다.
손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지금 국민들이 아파하면서 민생을 돌보라고 외치고 있다”며 “대통령과 서로 무릎을 맞대고 앉아 지금 우리 사회, 우리 국민에게 닥친 삶의 위기에 대해 진실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국민은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나라의 어려움을 앞에 놓고 흉금없이 소통하는 모습을 보기 원하다”면서 “이번 만남이 삶에 지친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만나는 데 의미를 부여하는 형식적 만남보다는 국민을 위한 결단에 합의하는 내용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진정성 있는 대화라면 환영한다. 더구나 민생을 걱정하면서 그러는 건데 이러고 저러고 토달 이유가 없다”며 수용 의사를 밝혔다고 이날 오후 신임 인사차 손 대표를 예방한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 전했다.
김 수석은 “민생에 관해 대화 제의를 했는데, 민생이라면 나도 손 대표에게 드릴 말씀이 있다. 의제와 시간을 조율해서 빠른 시일 내에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회담 시기에 대해 김 수석은 “내달 초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이 있으니 그 전에 만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혀 이달 내 열릴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과) 의제를 조율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 부분이 되면 언제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수석은 “청와대는 늘 정치권에 대해 열려 있다”면서 “민생 문제에 대해 민주당이 진정성있는 접근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은 손 대표의 말씀만 나와 있지, 이에 대한 논의가 안돼 있어 양측이 접근을 해보면 (진정성이)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따라 여야 영수회담의 의제와 시기 조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양측은 곧 구체적인 의제 선정 등을 위한 물밑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이는데 민주당의 적극적 태도에 비춰볼 때 두 사람의 대좌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임기말 레임덕 논란 속에서 국정 장악력을 유지하려는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대선 1대1 구도를 만들려는 손 대표의 이해관계, 반값등록금 문제 등 민생 현안에 여야 모두 정치적 부담을 느끼고 있는 현실이 회담 성사 쪽에 힘을 싣는 요인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올해 초 두 차례에 걸쳐 회담할지 여부를 놓고 부딪힌 적이 있어 성급히 판단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없지는 않다.
지난해말 여당의 예산안 강행처리로 국회가 파행하던 올해 2월 이 대통령은 신년 방송좌담회에서 영수회담 용의를 묻는 패널의 질문에 “연초니까 한번 만나야겠죠”라고 말했고, 이후 회담 분위기가 무르익는 듯했다.
그러나 예산안 단독처리에 대한 대통령의 유감 표명 요구 등 회담을 둘러싼 명분과 의전 등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고 결국 손 대표가 거부 의사를 명확히 해 무산됐으며 이어 이 대통령이 3·1절 기념식장에서도 직접 손 대표에게 제의한 바 있으나 지난해말 예산 단독통과에 대한 이 대통령 사과 여부 등 전제조건과 의제에 있어 양측이 합의를 이루지 못해 무산됐다.
청와대와 민주당간의 협의 끝에 영수회담이 성사될 경우 지난 2008년 9월 이 대통령과 당시 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만남 이후 약 3년 만에 영수회담이 열리게 된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안형환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대통령이 야당지도자와 만나 민생경제를 논의하는 일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며 손학규 대표의 제안을 환영하고 “다만 이번 회담제안이 국면전환용이나 정략적 의도로 이용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특히 무리한 정치적 전제조건 없이 솔직하게 의견을 나누며 민생을 논의하는 자리가 돼야 할 것이다”고 주문했다.
/이창형기자chle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