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경우 해양경찰서가 최근 영일만항 배후단지 조성공사장에 출입하는 덤프트럭 등에 시가 6천800여만원 어치의 보일러용 등유를 판매한 주유소를 적발했다.
또 서울에서는 버스기사들에게 가정용 보일러 등유를 차량용 연료로 판매한 일당이 최근 경찰에 입건됐다.
하지만 경찰에 적발되는 건 소수이고 실제로는 이 같은 일이 훨씬 광범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포항의 한 석유대리점 대표는 경유 대신 보일러용 등유를 사용하는 자동차의 비율이 포항지역 화물차와 관광버스의 30~40%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기까지 했다.
그는 “화물차나 관광버스 기사들과 주유소가 짜고 보일러용 등유와 경유와 섞어 매매하기 때문에 경찰도 현장을 포착하지 않는 이상 붙잡기 어려울 것”이라며 “탱크로리를 이용해 보일러용 등유만 주유해 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은 경유의 경우 ℓ당 500원의 주행세와 교통세가 붙지만 등유에는 붙지 않아 등유를 쓰는 게 비용 부담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대형트럭이 400ℓ를 주유할 경우 경유와 등유의 가격 차는 무려 20만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한 주유소 직원은 “한 번 주유할 때마다 20만 원씩 아낄 수 있는데 누가 유혹을 받지 않겠느냐”고 했다.
또 “등유를 주유하면서 화물차주와 주유소가 공모해 화물차 주유량을 부풀려서 영수증을 발행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그 영수증을 악용해 허위로 유가보조금을 타 내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S-Oil에서 주유소 관리업무를 하는 J씨는 “포항과 울산이 전국에서 화물차와 관광차 혼합 주유 및 등유 판매가 가장 활개치는 곳으로 소문 나 있다”며 “주유업계 사람들은 다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또 “특히 보일러용 등유 재고처리 때문에 7월까지는 혼합주유가 더욱 극성을 부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12월 보일러용 등유가 차량용 경유로 불법 전용돼 연간 3천710억원의 세금탈루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보일러용 등유의 생산과 판매를 전면 폐지하기로 했었다.
등유는 경유와 달리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황 함량이 높아 환경에 해롭고 발화점 차이로 혼합해서 쓸 경우 연료 고압펌프 손상 등 엔진이 멈춰 발생하는 대형 사고를 일으킬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상현기자